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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Mar 19. 2024

[전시] 조선현판, 나무에 새긴 마음

어린이를 위한 설명글 덧붙임

형광녹색 포스터가 맘에 쏙 들어 추억의 대구박물관으로 달려갔다.

조선현판 ‘나무에 새긴 마음’, 좋았다. 특히


초등교사라 전시관에 가면 설명글이 어렵다고 항상 생각하는데


어린이에게 현판 자신을 설명하는 글을 덧붙여 준 점.

현판 글자체를 제시해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점.

현판 위치를 QR코드로 바로 알 수 있는 점.

마지막에 현판 퀴즈들로 마무리 할 수 있던 점.

점점이 존재하던 지식이 선으로 연결되는 순간,

현판 – 김정희 – 영조 - 이광사 – 연려실 – 이긍익.


남도의 절에는 이광사가 쓴 현판이 많다.

해남 대흥사의 대웅전 현판 ‘대웅보전’은 이광사, ‘무량수각’ 현판은 김정희가 썼다.


추사 김정희가 ‘원교 이광사의 글씨는 조선의 글씨를 망쳤다’ 타박하니 초의선사가 원교의 현판을 떼어내고 추사의 글씨를 달았는데 세월 지나 다시 들른 추사가 잘못 생각했다며 다시 원교의 현판을 걸라 했다고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에 이 이야기를 담은 유홍준은 추사가 9년 유배동안 ‘틀을 넘어선 개성의 가치’를 체득한 반전이라는데 사실이 아니란 말도 있지만.


글씨 볼 줄 모르는 나는

두 명필의 열정과 깊이를 존경하나 치열하고 고단했던 삶, 이후에도 계속되는 비교 평가가 안타깝기도 하다.


이광사가 아들 이긍익 공부방에 써준 현판 ‘연려실: 명아주지팡이를 태워 책 읽던 옛사람처럼 공부하라’는 당부,

유배를 마친 김정희의 현판 ‘단연죽로시옥: 벼루와 화로, 작은집 세 가지면 부족함이 없다’는 깨달음처럼


아버지-노선비로서 쓴 글씨의 인간적인 느낌이 더 좋다.


이어 눈에 띈 풍류공간 현판 ‘피염정’

‘무더위 식히는 곳’ 뜻과

 ‘속세의 불구덩이를 피한다’는 속뜻,

이날의 감상평을 정리해준다.

초딩 선령이는 대구박물관 옆에 살아 주말이면 펜 달린 수첩목걸이 메고 차선아랑 놀러 갔다.

동도여중 언냐들 맞춤형 매콤한 떡볶이에 희안하게 캔보다 더 맛있던 병콜라도 곁들였는데(엄마몰래)


지금은 동도중으로 바뀌고 분식집은 보이지 않았다.


장원맨션도, 경동초등학교도, 선스포츠프라자도 그대로네. 참 커보였는데.


놀부 모자를 보고 함께 웃어줬을 우리반 녀석들이 그리웠다.

힙하고 친절하고 감동하고 추억돋고 다한 대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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