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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Jun 18. 2024

34. 돗자리 공부

온 세상이 배울 것 투성이

이맘때쯤 되면 1학년도 해내야 할 것과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할 것을 구분한다.

이맘때쯤 되면 그림책을 집중해서 읽고 친구와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이맘때쯤 되면 주제에 맞는 내 경험을 생각해서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반은 돗자리를 들고 운동장 그늘로 향한다.


운동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꽃과 나무 명패에서 ㄱㄴㄷ을 찾고,

꽃잎과 풀잎으로 나와 친구 이름을 만들고,

나무 둘레를 몸으로 재보고,

단풍잎을 만지며 잎맥도 따라 그리고,

크게 노래 부르며 손 유희도 배우고,

학교 길이를 뼘으로 재보고,

바람개비 날리고 쉬면서 하늘의 구름을 구경하고,

돌을 찾아 멋지게 색칠 옷 입히고,

물풀로 모래 그림 그리고.


오늘은 그림책을 읽는다. 선생님도 함께 읽는다.

그림책에 집중하지 않는 이가 없다.

따스한 햇살 아래 살랑살랑 머리칼을 흔드는 바람을 느끼며 책장을 넘긴다.


아이들은 교실 밖으로만 나가면 새로워한다.

운동장 풀밭에 돗자리를 펴는 행위만으로도 이미 소풍 온 마음들이다.

무겁지도 않은 돗자리를 함박웃음 지으며 영차영차 함께 든다.

돗자리도 스스로 펴고 접히는 곳을 찾아 협동하여 다시 넣을 줄 안다.

돗자리가 날아가지 않도록 신발을 벗어 모서리에 놓고 자리를 잡으면 자유롭게 눕는다.


목이 마르다는 말에 우유통을 가져오며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휴지도 준비한다.


“밖에서 먹는 우유는 왜 맛있지?”

“나 한 방울도 안 흘리고 다 먹었다!”

“밖에서 읽은 책은 막 외워진다?”

“그럼 너는 맨날 밖에서 공부해라.”

“특별하니까 기억하는 거거든?”


돗자리 공부는 100살 되어도
기억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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