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해결될 수 없는, 감정의 조각들
나는 지금 그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한때는 사랑했던 두 사람 사이엔 아이가 하나 있고,
'나'를 잃어버린 한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돌려달라고 제안? 한다. 변호사의 고용과 소송의 시작, 서로를 이성적이고 감정적으로 물어뜯어야 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듯이.
작년 초, 일련의 사건 이후로 나는 소송을 시작했다. 올해 3월. 조정기일이 정해졌다. 니콜처럼, 나는 남편이었던 사람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조금은 서로에게 좋게 헤어질 수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그들처럼 우리도 말로서 서로를 물어뜯어버렸다. 남는 건 상처뿐이고 일련의 대화들은 허무하게 끝이 나고 감정적 소모는 짙어져만 갔다.
이혼한 후 혹은 그 와중에도 니콜은 남편의 덥수룩한 머리, 풀어진 신발끈 같은 걸 신경쓰는 모습이 왜 이렇게 공감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 눈에만 띄는 어떤 사소한 그 사람의 특징 같은 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연애 시절에도 지금도 짧은 머리인 나는 데이트할 때 그 사람과 함께 머리카락을 자르러 가곤 했다. 난 니콜처럼 잘라주진 않았지만. 아이를 보내기 위해 푸석한 얼굴을 하고 나온 아이 아빠의 머리가 유난히 덥수룩해서 머리카락 좀 자르라고 말할 뻔했다.
그건 미련과는 다르다. 그냥 습관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이가 있는 이상 희미하게나마 관계는 지속된다. 단지 관계성이 변했을 뿐이다. 할로윈 파티의 주인공은 투명 인간이 되다가 결국 유령이 된다. 슬픈 남자 주인공의 역할 변화가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나의 인생을 찾기 위해, 고통스럽지만 새 삶을 택한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 조금 두렵기도 설레기도 하지만 난 그래도 용기를 내 보고 싶다. 상처는 그만이 아니라 모두가 가지고 있다.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아이도 언젠가 받아들이게 될까.
끝이 나지 않아서, 아직 과정을 걸어가는 중이지만
고통스러워도 이 길 끝엔 무언가는 있으리라고,
고통과 행복이 중첩되는 삶이라고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