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에타 Mar 25. 2021

아이는 집을 짓고 망가뜨렸다. 그리고 다시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자란다

꿈을 꾸었다. 아이를 아빠에게 보낸 날 밤.

유년 시절의 기억처럼 보이지만 한번도 겪은 적 없는,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에서 친구를 만났고 다른 아픔을 겪은 사람을 만났다. 무의식 속에서든 어떤 누군가와 내밀하게 내면 속을 함께 걷는 기분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 머릿속을 누군가와 함께 거니는 느낌이었달까.


 넷플릭스 시리즈인 '로크 앤 키' 를 최근에 보게 되었다. 리뷰들은 많으니 줄거리는 생략하겠다. 로크 앤 키에서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열쇠들이 있는데 그 중 제일 흥미로운 건 머리 열쇠였다. 누군가의 머릿속을 말 그대로 열고 들어간다면 어떨까(생물학적 차원이라기보단 인문학적 차원...아니 뭐라고 해야하지) 그 사람의 무의식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내면의 집'일 수도, 쇼핑몰이나 백화점 같은 형태일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커가면서 말도 하기 시작하고, 아이 나름의 머릿속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새삼 놀라웠다. 아이는 바뀐 환경을 생각보다 더 빨리 적응하고 있었다. 요즘 면접겨섭으로 오고 갈 때도 웃으며 가고 웃으며 왔다. 물론 아이는 아직 모든 걸 이해하기 어려운 시기라는 갈 안다. 나름의 방식으로 아이는 자신의 삶을 조금씩 구축해 나가고 있었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쌓기놀이를 했다. 나무 조각들을 쌓아 집 만들어줘, 뭐 만들어줘 다양한 요구를 한다. 그러다 잘 안되면 미련없이 다 무너뜨리고 해맑게 '망가졌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새로 쌓기를 한다. 가장 심플하지만 어른이 될수록 잊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목표를 꿈꾼다. 꿈꾸는 것은 좋다. 다만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가 다른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거나, 너무 완벽함을 지향한 나머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쌓기놀이의 나무 조각들은 모양이 같기도 제각각이기도 하고, 가끔 이 조각은 왜 들어 있나 할 만큼 의미없어 보이는 조각들이 있다. 아이는 말한다. '다시 쌓으면 돼'


 그렇게 의미없어 보이는 작은 조각들이 모여 각자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 같다. 언젠가는 나만의 집(내면을 견디는 단단한)을 짓기 위한 초석들을 만들어내는 거다. 이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행복의 밑거름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이전 11화 지칠 땐, 1박 2일 호캉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