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마음 한 조각
주말, 유난히도 추운 날 아이를 아빠에게 보내고
언제나처럼 출근을 했다.
일하는 동안 은근히 바쁜?시간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갑자기 친구 커플이 찾아와 당근 케이크를 내밀고 인사하고는 부리나케 사라졌다. 난 아쉬움에 나중에 보자고, 저녁에 시간 되는지 연락하기로 하고 다행히 연락이 되어 만났다.
연애 시절, 남편과 친구 커플 넷이서 자주 만나곤 했다. 우린 함께 즐거웠다. 대부분 같이 맥주를 곁들이곤 했다. 흔해빠진 맥주 말고 희귀한 맥주와 맛있는 안주를 곁들이는, 그런 나날은 꿈처럼 흘러갔고 현실감이 없었다. 현실로 왔을 땐 너무 옛날 얘기 같이 느껴졌었다.
특히 육아 전선?에 뛰어들고, 수유하는 13개월까지 합쳐 2년여를 나름의 사회 활동도 단절한 채 아이와만 시간을 보냈었다. 친구 커플은 고맙게도 나의 이야기를 꽤 많이 했다고 한다.
사실 그들을 이어준 것도 나였다. 맥주 박람회에서 만난 동생을 당일 자냑 친구와의 약속에 초대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남편과 만난 건 그 이후였다. 우린 꽤 자주 넷이서 함께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자주 가는 단골 장소와, 심지어 공원에서도 나름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넷이 함께하던 장소에 셋이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한 사람의 부재는 크기보단 상처가 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의 그늘은 내 상처가 좀 흐리게 해 주었다. 지금은 나만 아니라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당케, 당근 케이크를 건넨 친구도 꽤 힘든 고비를 넘기고 있었다. 작은 단골 술집에 모인, 술집 사장님조차 코로나라는 특수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각자의 고충은 각자의 몫이었지만 나름의 고통만으로도 동질감이 느껴졌다.
자신의 상처는 누구보다 크게 느껴지고 비교라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세상은 원래 공평하지도 녹록치도 않지만 나름으로 버티고 살아내는 것이다. 그래도 각자의 삶을 버텨내는 것으로 조금의 위안을 삼아본다. 그리고 앞으로의 버텨낼 힘이 남아있기를, 혹은 내 안에 생겨나기를 바래본다. 화려하진 않지만 달콤쌉싸름한 당근 케잌으로 소소한 위로를 받고 마음 한켠이 따스해진다. 혼자가 아니라는 그 느낌.
+ 요즘 출퇴근길에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 스위트홈이나 킹덤을 보며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