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선 Mar 11. 2020

책방일기 #45
영업시간의 변경

그러니까.

지금 올리는 이 글의 영업시간 변경은 '코로나 19'로 인한 당분간 변화는 아니고, 새벽감성1집 운영을 하는 데 있어 완전히 영업시간을 변경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예요.

(사실, 당분간은 더 짧게 영업 중이거든요)




나는 책방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운영하는 것이 좋을까?


처음 책방을 오픈하려고 준비할 때, 내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오픈 시간'이었어요. 누군가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일할 시간을 정하는 것임에도, 꽤 많은 것들이 신경 쓰였죠.


가장 많이 신경 쓰인 것은,

사람들이 과연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여길 오려고 할까.

입니다.


이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단 며칠만이라도 24시간 영업을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했지만 그것도 요일마다 다를 수 있고, 계절마다 다를 수 있는 거라서 마냥 찾기만 할 수도 없는 거였죠.


그래서 결론은 일단은 광범위하게 문을 열어보자고 생각하며, 11시부터 21시까지 오픈 시간을 정했습니다.




왜 11시부터 21시까지인가?


11시부터인 거는 이야기하면 많이 복잡한데, 21시까지 인 거는 그래도 최대한의 타협점이었어요. 처음 책방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생각했던 것이 오후 3시나 4시쯤 시작해서 저녁 10시 정도까지 영업을 하는 거였거든요. 주로 오후, 퇴근 후 오는 사람들이 들르면 좋겠다 싶어서요.


그러다가 11시가 된 것은, 남편이 카페를 겸한 곳이니까 오전 일찍부터 여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해서, 생각하다가 나에게 가장 빠른 시간이라고 생각되는 11시로 정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하루 일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인 10시간을 생각해서 21시가 된 거고요.




인생 최대의 위기


2000년, 회사에 몇 년 다닌 것을 제외하고, 2003~2006년 미용실에 근무했던 것을 제외하면, 그 외에는 프리랜서 생활을 했던 내게, 아침 시간은 밤과 다름없었습니다. 아침형 인간 보단 저녁형 인간인 나에게 오전 11시 오픈은 정말 인생 최대의 위기였어요.


11시에 오픈하려면요, 최소 10시 반엔 가서 30분은 준비를 해야 해요.

10시 반까지 가려면, 집에서 정말 맥시멈으로 늦어도 10시엔 일어나서 씻어야 한다는 건데... ㅜ


처음 책방을 오픈했던 2018년 10월엔 출판사 업무를 했어야 해서, 책방 출근 전에 출판사 사무실로 사용하던 오피스텔에 들러, 택배 등의 업무를 끝내고 가야 했으니, 정말 아침 일찍 일어나야만 11시에 영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1시에 손님이 많았냐고요?

설마요.

부지런히 출근을 하긴 했지만, 11시에 손님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첫 손님은 대체적으로 12시가 넘어서 오셨습니다.




오픈 시간의 변경과 휴무일 정하기


책방이 6개월 정도 지날 때 즈음엔 자연스럽게 오픈 시간은 12시로 변경되고, (손님이 오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지각하게 되면서...) 휴무일을 정해야 할 때가 되었더라고요.


대부분 자영업자가 가게 오픈하고 첫 1년은 휴무일 없이 일해야 한다고 어디서 들은 것이 있어서 일단 휴무 없이 쭉 일했었어요. (물론 간헐적 휴무로, 외부 업무 있는 날은 문을 닫았고, 알바를 적당히 써서 내 빈자리를 채우긴 했습니다) 그러다가 너무 지쳐가던 어느 날, 드디어 휴무일이 정해졌어요.


6개월간 매출이 거의 없던 수요일!

이제부터 수요일이 휴무, 다른 날 오픈 시간은 12시부터 21시!


그리고 또 하나의 변화는 주말은 점심과 저녁 손님이 없어서, 주말은 13시부터 19시까지만 영업하기로 결정한 것이지요.


그렇게 6개월간의 쉼 없는 시간은 책방에게도 휴식을 주는 시간으로 조금씩 변해졌습니다.




또 한 번의 휴식을 정하다


그리고 2020년 3월 중순부터 새로운 휴식 시간이 또 늘어났습니다.

요즘은 알바 없이 혼자서 운영을 하다 보니, 책방 운영이 정말 버거웠어요. 수요일 휴무가 있다고 하지만, 외부 업무가 있거나, 수요일에도 무언가를 해야 할 때면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채, 또 한주를 시작해야만 했거든요. 그래서 반나절이라도 다른 날에 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수요일과 연결되는 화요일 오후 시간을 비웠습니다.




짠!

새롭게 정해진 새벽감성1집의 오픈 시간!

이렇게 정하는 것도 1년 4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네요.

물론 또 바뀔 수도 있고요!


처음 책방을 오픈할 때는, 내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1년이 넘는 시간 이곳은 나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었어요. 함께 공유하는 공간, 누군가는 힐링하는 공간, 또 누군가가 왔을 때 열려 있었으면 하는 공간이었지요.


한동안은 화요일 오후, 문 왜 닫았냐는 말을 많이 듣겠지만, 곧 사람들은 화요일 오후엔 이곳을 지나가지 말아야겠다고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나에게도 적당한 휴식의 시간이 주어질 거고요.





요즘은 조금씩, 책방 안에서 어떻게 머무르면 좋을지, 어떻게 쉼을 찾을 수 있을지, 어떻게 나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하나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의 공간에서, 적당한 쉼과 배움을 찾아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그럼 우리, 새벽감성1집에서 만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책방일기 #44 위기의 책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