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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Mar 21. 2020

책방일기 #47
북큐레이션에 대한 생각

책방을 운영하면서,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책들만 팔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은, 오픈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알았습니다. 단순히 일기처럼 쓰기 시작한 책방 일기가 어느덧 책방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는 노트가 되어가고 있는 만큼 큐레이션에 대한 내 생각도 조금씩 다듬어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큐레이션이란 원래 있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전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북 큐레이션도, 기존의 책들을 나만의 색을 담아 셀렉하고, 진열하고 보여주는 것을 의미하죠.


책방을 처음 오픈했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책방을 찾는 사람들은 책방지기보다 훨씬 더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고 있다는 것이에요. 그냥 내가 소개하고 싶은 책을 골라서 보여준다고 해도, 손님들은 훨씬 많은 것을 이미 경험하고 있었고, 이미 이 책방의 책을 살짝만 들여다 보아도 책방지기의 북 큐레이션을 평가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추천하기도 어려웠고, 사람들이 추천 도서를 말할 때, 어떤 책을 소개하는 것이 좋을지 잘 모른 채 1년을 지낸 것 같아요. 그러다가 2020년의 목표는 내 색을 가진 '북 큐레이션'을 찾고, 손님들에게 확실하게 내 색을 보여주자가 되었지요.


그래서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 정독하는 책은 한 달에 3권 이상, 훑어보는 책은 일주일에 2~3권 이상, 한 달에 한 번은 다른 서점에 들러 책을 살펴보고, 새로 나온 책에 관심을 많이 가져보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지요.

(물론, 1달에 3권 이상 정독하자는 목표는 1~2월에는 지키지 못했네요 ㅜ 1월엔 신간 준비 때문에, 2월엔 코로나로 인해 무기력함이 책을 멀리하게 만든 것 같아요...)





어찌어찌, 3월이 되었고.

도전장을 내밉니다.






그동안 새벽감성1집을 꾸준하게 좋아해 준 단골 분들에게 제대로 내민 도전장이에요.


독립출판 도서 3개월 정기구독은, 내가 추천하는 독립출판 도서를 매달 한 권씩 받아 보는 것인데, 블라인드 북과 다름없는 것이에요. 어지간히 큐레이션에 자신 있지 않고서야, 블라인드 북을 무려 3개월간 정기구독으로 배포하긴 어려워요. 솔직히 아직도 자신은 없지만, 조금씩 시도해 보기로 했어요.


매월 다른 기분으로 추천하는 도서가 정해지면, 그 도서와 어울리는 문구 굿즈를 붙이고, 그 책을 읽을 때 함께 하면 좋은 차나 커피를 곁들여 보내는 서비스인데요~ 4월을 시작으로 과연 이 도전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까요? 


벌써 구독자가 한 명, 두 명 늘어나고 있네요.

첫 번째 배송에 보내줄 도서를 이미 선정해 두고, 그 이유도 정리해 두었는데, 불특정 다수에게, 그 이유를 납득시키기 위해선 조금 더 그럴싸한 책 추천 이유를 가져야 할 것 같아서, 계속 고민 중입니다.






어떤 책이든, 좋은 책과 나쁜 책은 없는 것 같아요.
다른 감정에 만나는 책들은 각기 다른 느낌을 주죠.
그 느낌에 더해지는 건, 보내는 사람, 추천하는 사람의 마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첫인상도 중요하죠.


내가 3개월 정기구독을 멋지게 소화해낸다면, 나는 한걸음 더 성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은 당당히 책을 추천하고 소개하고, 책을 통해 나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도, 책방에서 캐셔가 아닌 서점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김지선입니다.

내일도 또 다른 책을 소개하기 위해, 좁은 책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려고 합니다. 적어도 내가 파는 책을 손님들에게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 책 종을 늘리는 대신, 책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독립출판 정기구독'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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