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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Nov 20. 2020

책방일기 #53
책방 쥔장의 하루

최근에 책방 2주년을 기념해 책방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강연으로 하기도 했고,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2번 책방 운영에 관해 방송을 하기도 했다. 모든 행사와 방송 전, 책방 운영에 관한 질문을 받겠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적당한 질문들을 던졌지만, 유독 많이 받았던 질문이 있었다.


"책방 주인으로 사는 하루의 일과가 궁금해요."

"아침부터 밤까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고 싶어요."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될지, 매출이 많이 나오지 않을 땐 어떻게 버티는지 등 이런 질문이 많을 것 같던 내 예상과 달리 사람들은 '책방 주인으로의 삶'을 궁금하게 생각했다.


애초에 책방엔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수익 따윈 묻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아니, 어쩌면 하루 일과를 듣다 보면 어디서 돈을 벌 수 있는지 수익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방 쥔장(=나)의 하루


오전 8시

보통은 이 시간까지 자는 경우가 많지만, 자주 고양이가 깨운다. 배가 고파서 깨우기도 하고, 심심해서 깨우기도 하고, 고양이와 같이 자고 있다가 고양이 코 고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기도 하고. 자주 그렇게 일어난다.


오전 9시

8시에 눈이 떠질 때보다 9시에 눈을 뜰 때가 많다. 보통 내 알람은 오전 10시에 맞춰 놓고 자는데, 10시를 꽉 채워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대체적으로 8~9시쯤 눈이 떠진다. 하지만 아직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침대 위에서 빈둥거릴 때가 많다.


빈둥거리면서 주로 하는 것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챙겨 보거나, 인스타그램을 살펴보거나 페이스북을 본다. 전날 주문이 들어온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출판사 업무를 하는 것도 모두 침대 속에서다.


출근 전에 컴퓨터를 써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업무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침대 속에서 다 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10시까지 빈둥거리듯 머문다.


오전 10시

알람이 울리면 곧바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알리기를 두어 번 해서 알람을 두어 번 울리게 해야지만 겨우 몸을 일으킨다. 일어나면 곧장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고양이 밥을 챙기고, 샤워하러!


오전 11시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화장(은 거의 안 하지만)하고 옷 챙겨 입으면 대충 11시~11시 20분 사이. 고양이 여름이를 이동장에 넣고 책방으로 출근하는 시간이다.


오전 11시 3~40분경

책방 오픈은 12시부터이지만, 사전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책방엔 11시 30분까지 도착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늦어질 경우는 40~45분이 될 때도 있다. 그럴 땐 맘이 급해진다.


책방 오픈을 위한 준비는, 우선 밤새 어두웠던 책방의 조명을 밝히고, 온도를 그 계절에 맞게 맞추고, 커피 머신을 준비하고, 따뜻한 물을 준비하고, 얼음을 체크하고, 포스 기를 켜고, 음악을 틀어 놓고, 다락방 청소를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걸레질을 하는 등 바쁘다 바빠.


오전 11시 45분~

책방 영업 시작!

손님이 11시 45분부터 올 때도 많기 때문에 손님이 들어오면 동시에 영업이 시작된다. 점심은 근처의 직장인들이 주로 오는 시간이라 바쁠 땐 많이 바빠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다.


오후 2시~

출근하면 오전에 미리 확인한 온라인 주문 책들을 미리 챙겨 놓는데, 택배로 포장하는 것은 오후 2시경부터다. 택배가 많은 날은 평소 출근보다 1시간가량 빨리 와서 택배를 싸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2~4시경이 택배 포장으로 바쁜 때다. (택배 포장을 좀 느리게 하는 편)


오후 4시 반~

택배 기사님은 오후 4시 반~5시 반 사이에 지나가셔서, 택배가 나가고 난 후는 여유가 생긴다. (택배 아저씨가 오기 전엔 10분 단위로 온라인을 체크해서 당일 발송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오후 5시~

고양이 여름이는 출근해서 잠시 놀고는 내내 잠을 자다가 오후 5시쯤 되면 일어나서 놀아 달라고 난리다. 놀아 주지 않으면 사건 사고가 많이 생겨서 5시 이후부터는 종종 놀아줘야 한다.


오후 6시~

오후에 손님이 없으면 6시부터 마감 준비를 한다. 청소를 다시 하고, 얼음을 체크하고, 주문해야 할 것들이 있는지 최종 확인하고, 컴퓨터로 하는 업무들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오후 6시 반~

손님 없음 오후 6시 반 퇴근! 손님 있으면 오후 7시~7시 반 퇴근!

모임이나 기타 특수한 상황이 있으면 더 늦게 퇴근!


퇴근 후 집에 가면, 저녁 식사를 하고, 맥주나 소주를 마시고, 오래된 예능과 드라마를 보는 등 업무를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출판사 관련 업무나 그런 것들이 필요한 경우는 책방 퇴근 이후에 할 일이 많아서 집 컴퓨터를 오래도록 봐야 할 때도 많다. 그러다 보니 나의 퇴근 시간은 따로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우선 모두 궁금해하는 것! 책을 언제 읽고 책을 언제 주문하느냐의 문제는 저 일과를 하는 중간중간에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팔고 싶은 책을 주문하거나 새로운 책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낸다. 딱 정해진 시간은 없고 업무가 적을 때 그 틈새 틈새 하는 것일 뿐이지.


쓰고 나니, 나의 하루는 참 힘겹구나.

하지만 재밌게 살고 있는데 말이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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