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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Dec 02. 2020

책방일기 #54
쉬는 게 쉬는 게 아닌 날

2020년의 마지막 달이 되었다.

돌아 보면 2020년은 참 많이 쉬었고, 참 많이 일했다.


코로나가 한참 시작되던 봄에도 불안함에 며칠 쉬었고, 그 후로는 영업 시간 자체를 조정해서 이른 마감을 하고, 일정을 줄이는 등 영업을 최소화했다.


그렇게 흘러 흘러 11월이 지나던 때, 다시 또 코로나가 지역 깊숙하게 파고 들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과 함께 새벽감성1집의 카페 공간을 더는 이용할 수 없다고 통보 받았다. 음료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상황인데, 책방엔 책만 찾아 오는 손님 보다 책도 보고 글도 쓰기 위해 카페 공간을 찾는 사람이 많았던 가게 특징 때문에, 테이크아웃만을 위해 하루 종일 문을 여는 것은 의미 없다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일 경우, 새벽감성1집은 임시휴무를 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휴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조금 쉬라고 주어진 휴무이기도 한 시간.


지쳐 있는 내게 휴가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우선 혹시라고 헛걸음을 하지 않도록 온오프라인에 부지런히 공지를 했다.

책방 매장은 쉬지만, 혹시라도 책을 사고 싶어 찾고 싶다면, 미리 연락 하면 문을 열어 줄 수 있다는 공지와, 온라인 주문은 정상 발송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책방과 집은 차로 3분 거리에 있어서 누군가 온다고 하면 나가서 문 여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고, 어차피 매일 택배가 있으니 책방에 오가는 것도 문제가 없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라서 특별히 어딘가로 여행 다닐 수도 없으니 딱히 약속도 없고...



어쨌든,

내 생각은 누군가 연락이 없다면, 매일 택배 기사님이 지나가시는 4~5시 경에만 잠시 출근해서 택배 업무를 하면 될 것 같았다. 만약 누군가 온다고 하면 최소 30분 전에만 연락 주면 가면 되는 일이었다. 조금의 휴식이 생길 것 같던 시간들.


하지만 11월 24일부터 이 글을 쓰는 오늘 12월 2일까지 평소 출근 시간보다 훨씬 오래 책방에 머물렀다는 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이지.


11월 24일 오후에는 민음사 달력이 도착해 40부가 넘게 포장해서 택배로 발송해야 했다. 이 일은 25일까지 이어졌고, 26일에는 와디즈 펀딩 리워드 상품 '31days 달력'이 도착해 부지런히 포장해서 60부 넘게 발송해야 했는데, 이것도 일이 밀려 27일까지 이틀이 걸렸다. 27일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일인칭 단수'가 도착해서 부지런히 포장해서 20건 넘게 택배로 발송해야했다. 이와중에 책방 정기구독자를 위한 책 발송되 했다. 28일, 29일에는 다시 '31days 달력' 발송을 준비해야 했고, '일인칭 단수' 추가 주문 포장과, 그 외의 택배를 포장했다. 30일에는 우편 구독자들에게 에세이를 발송하기 위해 부지런히 프린팅하고 포장하고 우체국에 다녀왔어야 했고, 독립출판 수업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하나 있을 것 같은 택배 발송 때문에 밍기적 거리면서 출근했는데, 택배 주문이 갑자기 늘어서 결국 또 택배 포장과 발송을 위해 오랜 시간 머물렀다.


이렇다 보니,

평소 책방 오픈 시간보다도 훨씬 긴 시간 책방에 머물렀고,

그래서 그냥 문을 열어 둘껄 그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임시휴무로 붙여 놓고 작업해서 조금 정신없이 책방 공간을 이용해도 괜찮았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밍기적 거리며 일할 수 있어서 그것도 괜찮았다.


아무튼, 예고 되어 있던 택배들은 모두 끝났고, 새롭게 주문 들어올 것들은 이제 아주 적을 수 있어서 내일 부터는 조금 쉴 수 있을까? 쉬고 싶다는 맘과 주문이 막 들어와서 바빴으면 하는 맘이 공존하는 지금이다.


오늘 월세가 통장에서 빠져나갔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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