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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Dec 15. 2020

책방일기 #55
조금 더 일하고 조금 덜 벌기

우리가 커피를 굳이 카페에서 사 먹는 것,

우리가 책을 굳이 동네서점에서 사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커피나 책이 아니라 공간을 만나고 싶어 하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요즘,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카페를 겸하고 있는 책방은 문을 제대로 열 수 없었다. 테이크아웃은 가능하고 책방 영업은 가능했지만, 공간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에게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으로 이곳을 활짝 열어 두고 싶지 않아서, 과감하게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강화되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예약제로 종종 손님을 받고 있긴 하지만, 공식적으론 12월 내내 휴무와 다름없다.


공간을 활짝 열지 못하기 때문에 쉼의 연속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공간에 언제 올지 모를 손님들을 기다리며, 그들을 맞이하며, 그 속에서 함께 추억을 나누며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온라인 판매가 꾸준하게 되고 있다는 것.

온라인 주문의 택배를 발송하기 위해 쉬는 날이라도 매일 출근해야 하지만, 그래도 택배 포장하는 즐거움이 있어서 좋다.






과한 포장을 좋아해


이미 우리 책방에서 책을 주문해본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과한 포장을 좋아한다. 굳이 선물처럼 포장하고, 굳이 손편지를 써주고, 굳이 뭔가를 마구 마구 넣어준다.


내 포장을 본 주변 사람들과 여러 책방에서는 책 팔아서 남는 돈도 없을 텐데 순수익은 계산하면서 장사하냐고 묻는다. 물론 손해 보는 장사를 하면 안 되겠지만, 이미 수익 따위는 계산하지 않는 삶이라서 괜찮다. 그저 내가 즐거우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일하면서 나름 즐거움을 찾는 나만의 기쁨일 뿐인데.

책방에 와서 공간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동네책방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요즘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있어서, 과하게 크리스마스 포장을 해준다. 이게 뭐라고 즐겁고 이게 뭐라도 후기 하나 올라오면 감동받고... 힝






이왕 남는 것도 없는데, 요즘 왜 친환경에 꽂혀 있는 건지, 택배 상자에 비닐 안 쓰기, 친환경 종이봉투로 사용하기 등등 나처럼 영세 자영업자가 해야 할 일이 맞는 건가 싶다가도 작은 움직임이 하나씩 모이면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나마 남는 수익금의 일부를 친환경 포장에 쏟아 붙는다.





뭐.

조금 더 일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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