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책방일기를 쓰지 못했어요.
그 이유는 정말 너무도 바빴기 때문이죠.
오랜만에 브런치를 통해 그간 이야기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내가 책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원래도 여행작가로 여러 여행 책을 펼쳐 내었고,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며 독립출판물을 펼쳐 냈고, 책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로망도 있었기 때문인데요.
책을 쓰고 만들던 사람이 책방을 운영하게 되니까 부작용도 생겼죠.
책방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에요.
그래서, 브런치에 썼던 이야기를 토대로
'곰돌이를 부탁해'라는 작은 책을 독립출판으로 펼쳐 내었습니다.
그 후엔 매년 '곰돌이'가 주인공인 책방 이야기의 책을 만들자 생각하며, 두 번째 책으론 책방에서 일했던 알바생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펼쳐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소설.
대부분 소설은 전체적인 구성과 내용의 흐름, 구성, 결말 등을 생각하고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주제와 소재만 잡고 어떻게 진행이 될지 나조차 모른 채 소설을 시작했기에, 마무리가 고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뭐든 직진하는 성격인 나는 무작정 구독자를 모집합니다. 온라인 시대인데 오프라인 우편 연재 구독자를 모집해서 모아진 구독자들에게 매달 한 편의 소설을 보냈습니다.
2020년은 누군가에겐 코로나로 사라진 한 해일 수 있지만
저에게 2020년은 새로운 도전의 한 해가 되었어요.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총 10편의 연재와 미공개 2편의 소설을 합쳐 총 12개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책은 2020년 연말부터 2021년 연초까지 저에게 큰 숙제와 같았습니다. 글을 쓰는 것이야 빠르게 할 수 있었지만, 글을 다듬고 책으로 만들기 위해선 글 쓰는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었지요.
덕분에 퇴고가 끝났던 2020년 12월 중순부터 2021년 1월 말 까지는 일하는 시간, 쉬는 날 할 것 없이 눈만 뜨면 소설을 다듬는데 정성을 쏟아부었어요. 그다음엔 디자인을 완성하며 시간을 보냈고요.
그리고 인쇄소에 인쇄를 넘겼던 2월 초부터 2월 내내는 책의 포장을 하는 데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었습니다. 책을 다 만들었으니 포장을 하는 건 고작 일주일이면 충분하겠다 생각했던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일일이 수작업으로 종이를 잘라 오시를 넣어 포장을 하고, 패브릭으로 마무리를 했으며, 함께 담아 포장한 굿즈에는 손편지와 다양한 편지지, 엽서를 넣는 등 손이 가는 것을 자처해 버린 셈이죠.
환경을 생각해 책 표지 코팅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벌어진 일이에요. 표지 코팅을 하지 않는 결정을 했으니 당연히 비닐이나 테이프 사용을 최소화해서 포장을 해야 그 의미가 더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스티커 하나로만 포장을 완성하기 위해 종이를 재단해서 포장지를 만들 수밖에 없었고, 포장을 해버리면 책의 표지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책을 구매하거나 정리하는 사람들에게 책 특징이나 제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패브릭을 이용한 포장을 선택하게 된 것이죠.
이것과 더해져,
생각보다 많은 책방에서 책 입고를 원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구매해 주셔서 포장하는데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2월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지금 3월도 여전히 포장을 하고 있고요.
400권이 넘는 책을 포장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어제까지 포장한 모든 책들이 모두 제 손을 떠났어요.
다시 포장의 늪(이라고 적고) 행복한 노동이라 읽습니다.
이 책은 책방의 일 년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실제로 한 달에 한 편의 이야기를 써서 12달의 이야기로 만든 것이죠.
실제 알바생을 모티브로 했고, 등장인물도 대부분 실존하는 사람이지만, 내용과 등장인물의 관계 등은 대부분 허구입니다. 사실 처음 이 소설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이 인물과의 관계나 로맨스 이런 이야기로 여기면 어쩌나 생각했어요. 특히 제가 일하는 책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기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독자들은 묘사된 공간을 가상의 공간으로 생각하기도 했고,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버티는 삶, '곰돌이'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 등을 하더라고요. 다행이다 싶었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해석을 하는 분들을 보며, 이 맛에 소설을 쓰나 싶었습니다.
덕분에 3개월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앞으로 몇 개월을 더 포장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처음과 달리 다른 일도 적당히 하면서
자투리 시간에 포장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다행입니다.
책방 여행을 좋아한다면,
여러 분들이 다니는 책방에서 제가 만든 책을 만날 때 반갑게 느껴 주세요!
책 제목은,
<있잖아, 다음에는 책방에서 만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