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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Apr 10. 2021

책방일기 #58
택배가 올랐습니다.

오랜만에 책방일기를 쓰네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느끼지만, 정말 잡일 많고 할일도 많고 바쁜데, 손님은 적고, 매출도 적고, 노동 대비 금전적인 보상이 참으로 어려운 직업인 것 같습니다. 왜 책방이 면세인지, 왜 출판은 세금을 내지 않는지 이토록 이해가 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는 사이,

4월 1일부터 거짓말처럼 택배가 올랐습니다.

평소 온라인 주문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어서 유료 택배로 발송하는 것이 크게 부담이 되진 않았는데, 택배 비용이 250원 오른 걸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니 나도 모르게 꽤나 신경쓰이나 봐요.


사실,

이러지 않아도 되면서, 친환경 포장이다 어쩌다 하면서 책 한 권을 보내도 포장에 들어가는 돈이 거의 1천원 가까이라서, 택배 발송 비용까지 합치면 이미 마이너스인 상태였는데, 택배 비용이 올랐으니 그 마이너스가 더 마이너스가 되어 버리거든요. 그렇다고 이제와서 비닐 포장으로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다른 곳은 대체로 택배 3,000원 발송되는데 나만 3,500원 할 수 없잖아요.


결국 아무런 것도 변경하지 못한 채,

여전히 온라인 주문일 경우 택배비 1,000원 할인 쿠폰을 발급하는 것 까지 그대로 두었습니다.


할일 많고, 잡일도 많고, 매출은 늘 적자이면서 온라인 주문으로 그나마 조금의 수익이 생겼던 것 마저 적잖게 타격을 보게 되었지만, 왜 내가 더 써야 하는 비용 만큼 고객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요. 


그러는 사이, 내가 만든 책 '묘한 서점'의 재고가 바닥이 났습니다. 새로 인쇄를 할 자금은 고스란히 책방 마이너스를 메우는 것에 사용했었는데, 재고가 떨어져 버려서 절판을 해야 할지, 품절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어요. 다른 악성 재고들이 어서 빨리 판매가 되어야 좋을 텐데, 제발 2달만 재고가 남아 있길 바라던 책의 재고가 먼저 바닥아 나다니, 재고가 줄 만큼 판매가 되는 것이 기쁘다가도 이 책이 이대로 종료될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을 사람들은 이해를 할까요. 지금 이 이야기를 다른 책방 사장님에게 슬며시 했더니 완전 공감하시더라고요. 다시 제작할 자금이 없는데, 종료하고 싶지 않은 책인 경우 정말 덜 팔리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는 것을 우리만 아는 것이겠죠. 아무튼 몇몇 책방에 재고 여부 및 반품 관련 메일을 쭉 돌렸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곳에 남은 책들을 수거해서 재고를 만든다면 그래도 조금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요즘 그래요.

온라인 매출이 많아지니까 기분이 좋으면서, 택배 비용이 올라서 속상한 마음이 있고,

책이 팔리니까 기분이 좋으면서, 책 재고가 사라져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이 공존해요.

기분이 좋다가도 나쁘고, 나쁘다가도 웃을 수 있는 그런 날들이 반복되어요.


하지만 책방은 봄날이라 화사하고 좋네요.

남은 4월의 날들은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주면 좋겠습니다.



- 오늘의 책방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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