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아픈 고양이는 처음이라

네 번째 이야기

by 김지선

누군가 '너 올해 몇 살이더라' 말을 해줘야 내 나이를 생각하게 되고, '거기 왜 다쳤어?'라고 물어봐줘야 내가 다친 걸 알게 되는 나는, 내 인생도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모르는데, 그런 나에게 고양이는 너무 어려운 거 같아.



난 말이야


고양이는 처음이라 네가 늙었다는 것도, 네가 아프다는 것도 바로 알아채지 못했지. 첫 번째 수술을 받고 나서야 겨우 조금씩 네가 하는 모든 행동에 의미부여를 하면서 혹시라도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신경을 쓰게 되었고, 두 번째 수술 이후에는 부쩍 이나 더 많이 널 챙겨주려고 노력을 하긴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어 네가 어떻게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건지 말이야.



나를 고쳐주세요!


나는 가난하지 않아. 그래서 병원비 때문에 병원 가는 것이 부담스럽고 그렇지 않아. 부자는 아니어도 너에게 쓸 돈은 충분히 있으니까 혹시라도 내가 가난해 보여서 아프다고 티를 내지 않는다면 앞으론 그러지 마. 아프다고, 나를 고쳐달라고 그렇게 이야기해줘.


나는 시간도 충분해. 집이 아닌 사무실로 출근을 하니까 하루 종일 집에 없을 때가 많아서 내가 바빠 보일 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하루 종일 너와 시간을 보낼 거야. 지금은 집에 항상 오빠가 있고, 네가 건강해 보여서 하루 종일 밖에서 일을 하는 것뿐야. 그러니까 혹시라도 내가 옆에 있어주길 바라면 이야기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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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도 더 건강해 보이는 얄미운 나의 고양이

청개구리 같은 나의 고양이.

두 번째 수술은 암세포를 제거하느라 꽤 많이 덩어리를 도려냈다고 했다. 그래서 며칠 동안은 기운도 없고 숨도 거칠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수술 전보다 훨씬 더 똥꼬 발랄한 고양이가 될 정도로 정말 너무 건강해 보이던 뚜름이에게 또다시 암덩어리가 만져진다.


아직 지난 수술 실밥도 풀지 못해서 어차피 곧바로 수술을 어려울 테니 실밥도 풀 겸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 가기 위해서 케이지에 넣을 때는 정말 전쟁을 치러야 할 정도로 자지러지게 소리를 지르며 싫다고 난리를 치는 뚜름인데, 정말 너무 싫어하는 건 이렇게 티를 많이 내는 뚜름인데, 왜 아픈 건 전혀 티가 나지 않을까...


정말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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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밥을 풀려고 하니, 의사 쌤이 그루밍 많이 안했냐고 묻는다.


"네.

이상하게 이번에는 수술 부위를 잘 건들지 않고, 붕대로 꽤 오랫동안 벗지 않고 그대로 있더라고요."


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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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바로 덩어리가 만져지는 부위를 진단하더니, 암세포가 맞는 것 같다고. 다시 수술해야 할 것 같은데 실밥 이제 푸는데 또 바로 수술은 어려우니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신다. 그리고 최근 이런 병에 대한 다른 치료법이 있는지 여러 방면으로 살펴보자고도.



아프지 마...


아프지 마.

그리고 아프면 티를 좀 내줘.


내가 지나가다 발이나 꼬리를 실수로 밟으면 자지러지게 소리치면서 도망가기도 하고, 내가 화가 나서 엉덩이를 툭 때리거나 꿀밤을 주면 아프다고 소리 지르면서, 암세포는 안 아픈 거니?

숨 쉬는 게 힘들어서 가끔 거친 숨을 쉬는데 괜찮은가 들여다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에게 뛰어오는 너는 정말 괜찮은 거 맞지?


고양이는 처음이고, 나이 든 고양이는 더 처음이고, 아픈 고양이는 정말 처음이라 난 잘 몰라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