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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Feb 18. 2020

책방일기 #43
꿈을 꾸는 사람을 위한 공간

저도 나중에 이런 공간을 가지고 싶어요


종종 오는 꼬마 손님이 나가면서 이야기를 건넵니다.

그 말을 듣고는, "이런 공간을 가지는 건 어렵지 않은데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해. 특히 돈!"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속으론 아이의 꿈을 응원하고 싶었어요.


요즘 동네책방, 독립서점에 대해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인터뷰 요청이 많은데, 인터뷰 요청을 할 때 받는 질문 중엔, 책방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것이 많지요. 장난처럼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지만, 사실 책방을 오픈한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지 않기에 돈을 못 버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니에요. 저는 책방 수입이 내 수입이 전부가 아니기에,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 책방의 마이너스를 채우면 되기 때문에 아직은 괜찮아요.


하지만, 이 공간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선 당연히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만 가능한 부분이겠죠. 올해가 시작된 지 고작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벌써 몇 곳의 책방이 문 닫는다는 공지를 보면서, 공간을 오래도록 유지한다는 내 바람이 헛된 꿈일까 씁쓸했습니다.





꿈꾸는 사람을 위한 곳


책방의 용도는 책방마다 다를 것 같아요.

어떤 곳은, 책을 사는 사람이 이용하기 좋은 곳, 어떤 곳은 새로 나온 책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곳, 어떤 곳은 특정한 장르 책을 찾을 수 있는 곳 등, 작은 책방은 저마다 주인의 색이 잘 섞여 있는 목적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새벽감성1집'의 특징은 책을 만들고 싶고, 자기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분들이 꿈꾸는 곳일 거예요. 


책을 사는 사람들보단 책을 쓰고 싶어, 글 쓰러 오시는 분들이 더 많고,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이야기나 모임 등을 위해 찾는 분이 더 많고, 책을 쓰는 작가와 출판을 하는 출판사, 그리고 서점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입니다. 


처음엔 카페로 이용하는 분들이나 글 쓰러 오는 분들이 책을 펼쳐보지도 않고 공간만 이용하는 것에 조금은 아쉬웠지만, 지금은 책을 펼쳐 보지 않아도, 꾸준하게 오는 사람들은 작은 책방의 책의 변화나 큐레이션의 특징을 기가 막히게 살펴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늘 같을 것 같지만, 종종 달라지는 큐레이션과 새로운 책의 등장에 자주 오는 분들은 자신의 책이 이곳에 꽂히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요즘의 스타일을 살펴보기도 한다고 해요. 머지않아 손님에서 작가가 되어 함께 책에 대한 수다를 떨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그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저도 첫 책을 쓸 때 자주 가던 카페가 있었어요.

거의 일 년, 집필실 삼아 일주일에 3번 이상씩 꼬박꼬박 가던 홍대의 어느 카페는, 제가 책을 출간한 후 머지않아 사라져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작가가 된 지 10년이 지나, 여전히 그곳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난 10년 전의 어렸던 내 모습이 남아 있는 그곳을 다시 찾을 수 있었겠죠? 초심을 찾고 싶을 땐 그곳이 생각나요.


지금 새벽감성1집을 오가는 사람 역시 10년 후, 이곳이 그리워질 때 여전히 자리에 머물고 있고 싶네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온 거 마냥, 지금의 모습 그대로 멈춘 채로. 온전히.


저는 늙어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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