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혼자 책 읽는 시간>, 니나 상코비치
하루에 한 권 !(21일 프로젝트)
2019.09.08 일
쓸데없이 분주하다. 공식적으로 퇴사를 한 지 반년이 조금 지났다. 3년의 휴직과 뒤이은 퇴직. 공식적인 휴직 기간에는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달리기를 하고,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퇴직 이후, 마음이 조금 분주해졌다. 무언가,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미래에 대한 목표와 계획도 없이 일단, 그만두고 만 자신의 무모함을 용기라 여기며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간혹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정말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나는 왜 이렇게 분주한가?
놀 때도 가만히 쉬지 못하고, 무언가를 배운다. 다음 일을 준비하는 백수의 시간, inbetween jobs의 시간에 나는 또 이것저것 배운다.
차 tea를 배우고, 움직임을 배우고, 그림을 배운다. 하지만 도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걸까? 거창한 삶의 사명 같은 게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사명이 뭔지 모르겠고, 그저 하루하루 무사하기를, 내 몸과 마음, 그리고 내가 걷는 산책로를 둘러볼 수 있을 만큼의 애정과 관찰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간혹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명상을 하거나 글을 쓴다.
2년 만에 일어나자마자 하루에 세 쪽씩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마음이 산만할 때마다 다잡아주는 의식 같은 것이기도 하다. 빈 종이를 채우는 말들은 겉돌고 반복되지만 그렇게 아무렇게나 꺼내놓다 보면 어떤 날은 무거워졌다 또 어떤 날은 가벼워진다. 매일 차를 마시거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거나 명상을 하고 산책을 하는 등 그게 무엇이든 잠시나마 혼자만의 '고독 예식'을 반복할 때마다 비로소 마음의 제자리, 바로 지금 현재에 머무를 수 있는 것 같다.
참 귀찮은 마음이라 참으로 지겹다가도,
참 연약한 마음이라 그냥 둘 수 없어
다정하게 대해주리라 오늘도 가만히 들여다본다.
가만히 생각하면, 잘 쓰든 못쓰든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며 꽤 많은 위로를 받았다.
진로 문제로 괴로워할 때, 외로울 때, 남자 친구에게 차였을 때, 상사에게 열 받았을 때, 타인이나 세상에 분노할 때, 그때도 마음을 달랠 책을 찾았던 것 같다.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을 읽으면서 마음속은 요동쳤다.
그래, 이렇게 마음이 오락가락할 때는 읽고 쓰자.
그래, 니나처럼 1년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읽기는 힘들겠지만, 딱 21일만 읽어보자고.
물론, 추석도 있고, 해야 할 일과들이 잔뜩이지만 미루다 보면 더 하기 싫을 것 같아서, 21일 읽고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굳이 품과 시간이 드는데도 이런 얼토당토않은 결심을 하게 된 것도 모두 다 책 때문이다.
니나 상코비치는 언니가 암으로 죽고 난 뒤 슬픔을 애도할 방법을 찾지 못해 방황한다.
"언니는 죽어야 했는데 어찌하여 나는 살아갈 자격이 있는 걸까? 이제 나는 두 삶을 다 책임져야 했다."
언니의 몫까지 살아내기 위해 분투했던 3년. 그녀는 끊임없는 활동을 하며 자신의 삶을 채우기 위해 채찍질하지만, 여전히 "나는 왜 살아갈 자격을 가졌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 언니의 죽음을 애도할 통로를 찾지 못한다. 결국 저자는 언니와 자신이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공통점을 찾는다. 그것은 바로 책이다. 언니라면,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생각하고, 책 속의 인물과 사건 속에서 언니를 떠올리게 하는 기억을 더듬는다. 책을 통해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를 시도한다. 이것은 적극적으로 삶을 구원하는 방법이 된다.
자신의 웹사이트에 365일 하루에 한 권 프로젝트를 알리고,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올린다.
세 명의 아이를 기르면서, 남아있는 모든 시간에 오로지 책에 집중하는 삶을 산다.
"나는 1년 동안 달리지도 않고 계획도 세우지 않고 가족도 돌보지 않으려 한다. 1년 동안 '...... 하지 않기'를 하려 한다. 걱정하지 않기, 규제하기 않기, 돈을 벌지 않기"
이렇게 규칙을 정하고 그녀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아름다운 순간과 빛과 행복은 영원히 살아남아 현재를 살아가게 하고 미래를 이끄는 용기와 힘을 준다. 책 속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아름다운 순간과 빛과 행복, 인생의 부조리와 슬픔을 더듬어가며, 상처로부터 조금씩 회복된다.
"슬픔을 진정시키는 유일한 향유는 기억이다."
이 말처럼, 그녀는 책을 읽으며 언니와 함께 했던 일들을 기억하고, 자신의 기억을 다시 복기하고 기록하며 사랑의 순간들을 기억의 저장고에 담아 간다. 그것은 분명, 내일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이 우리의 기억을 통해 우리 곁에 함께 살아간다.
더불어 악의와 친절함의 나비 효과를 말한다. 타인에게 친절함을 유지할 때, 그 친절함은 세상을 더욱 친절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책과 내 삶을 연결 짓는 것. 그것은 곧 내 삶의 반경을 한 뼘 더 늘리는 일인 동시에 삶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365일 하루에 한 권 프로젝트를 하면서 니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언니를 잃은 슬픔을 버텨낼 힘과 희망을 얻었고, 많은 독자들을 얻었고, 세상을 향한 촉수가 자랐고, 책으로 연결된 많은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애정을 심어주었다.
나의 21일 하루 한 권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