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나무들의 밤>, 바주 샴 등
하루에 한 권!(21일 프로젝트)
2019.09.15 일
하루에 한 권 읽기가 어려울 땐, 그림책에 의지한다.
이 책도 21일 프로젝트의 아홉 번째 날에 읽을 책은 아니었는데,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를 하루 만에 다 읽지 못해 급히 이 책으로 바꿨다. 서사의 밀도와 농축된 슬픔, 그럼에도 아름다운 문장을 하루 만에 헤아리기에는 심장이 너무 벅찼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무들의 밤>이 금방 읽고 툭 던져놓을 정도의 책은 절대 아니다. 책의 양과 책을 채우는 텍스트의 양이 책의 밀도와 농도를 정하는 건 절대 아닐 것이다.
밤에 읽는 <나무들의 밤>에는 당장 나무들의 정령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름다웠지만 무서웠다. 매혹적이었지만 금지된 세계가 열린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반딧불 불빛이 빛을 발하는 셈바르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낮에 나무 곁을 머물렀던 손님들이 떠나면 신성한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물주 샨카르가 인간을 위해 창조한 나무들. 결혼을 축복하는 두마르 나무의 꽃은 신만이 그 꽃을 볼 수 있으며, 뱀 여신의 나무를 귀찮게 하면 땅이 흔들렸다. 나무는 노래하며 춤을 추며 취했다.
이 책은 인도의 타라북스에서 제작한 핸드메이드 그림책이다. 실크스크린으로 하나하나 색을 입히고 손으로 작업한 아름다운 책.
인도의 소수민족 곤드족 화가 세 사람이 그렸다. 곤드족 마을에는 세 개의 자티(커뮤니티)가 있다. 농사일을 하는 곤드, 소를 키우는 아히루, 농사와 함께 음악과 그림을 즐기는 프라단.
이 책의 작가들은 프라단의 피를 이어받아 곤드족이 살아왔던 숲의 세계, 그 세계의 중심인 나무의 모습을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창조한다.
검은색 폐직물을 활용한 종이 위에 나무의 정령이 바로 튀어나올 것 같은 색색깔의 아름답고 신묘한 나무들이 빛을 발한다.
밤의 고요, 자연에 깃든 생명의 숨결, 온갖 미스터리와 충만함과 신비함과 상상력이 가득한 숲의 공간을 상상해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시절의 깊이를 상상해본다. 전설과 신화가 미신이 아닌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지혜였음을 다시 곰곰이 생각한다.
곤드족의 믿음처럼, 미술은 기도의 한 가지다.
이들의 그림은 자연 속에서 두려움과 무서움을 떨치기 위해 기도하고, 자연 속에서 느낀 기쁨과 아름다움에 대해 기도한다. 신비롭고 경이로운 자연이 우리를 지켜주리라는 믿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