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모데라토 칸타빌레, 마르그리트 뒤라스

하루에 한 권 21일 프로젝트

by 차티 Chati

2019.09.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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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토 칸타빌레.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


특별한 사건과 서사를 품고 있지 않아도, 언어의 리듬과 여백만으로 정념의 이미지를 그리는 작가들이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 책을 읽다 보면, 눈 앞에 한 편의 절제된 연극이나 모더니즘 영화가 떠오른다.


그저, 비슷한 대화가 계속적으로 변주되며 점층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린다.


공장주의 아내인 안 데바레드는 아이의 피아노 수업을 위해 매주 바닷가 부두로 간다. 그곳에 위치한 피아노 선생의 집 2층에서 아이와 피아노 교습을 하던 중 1층 카페에서 살인이 일어난다. 남자가 자신의 연인을 죽인 것. 안 데바레드는 여자 옆에서 여자를 쓰다듬고 오열하는 남자의 모습에 사로잡힌다. 여인은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그리고 왜 남자가 여인을 죽였을까. 안 데바레드는 그들의 사랑에 사로잡혀, 매일 1층 카페에 드나든다.

그 1층 카페에서 안 데바레드는 공장 노동자인 쇼뱅을 만난다. 그들은 죽은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술을 마신다. 매일 그렇게 비슷한 대화가 진행되며, 쇼뱅이 그리는 집에서의 안 데바레드의 모습과 카페와 바닷가의 풍경이 교차된다. 그렇게 카페에서 만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중심이다. 격렬한 동요와 욕망을 품은 그들의 대화와 풍경은 직접적인 대화와 사건이 아니라, 침묵과 여백의 리듬과 템포로 하나의 무드를 만들어간다.


이 언어의 리듬감 자체가 너무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빚어내, 읽는 내내 소리와 이미지가 들리는 무대 안에 들어선 기분이다.

사랑의 밀어와 행위가 없어도, 언어의 여백과 침묵, 묘사, 리듬만으로 충분히 관능적이다.

안 데바레드와 쇼뱅이 술을 마시는 바닷가 바와 해 질 녘 풍경, 그 앞에서 노는 아이의 모습.

안 데바레드의 창가의 나무, 목련꽃, 낯선 남녀의 자살 등이 모두 '모데라토', 보통 빠르기로 반복되지만 그 리듬과 노래는 서정적으로 점차 불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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