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흔들리는 건
중심을 잡기 위해서지

인터뷰 열일곱

by 홍작

2017년 9월 22일


“중간이잖아요. 중간이라 안정감도 있고 편향이 안 되어서 좋아요.”


열일곱님은 쉰 중반의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입니다. 독서 문화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데 프로젝트가 끝나면 성취감이 생긴데요. 아마도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 분 같습니다. 하지만 일 우등생에게도 어려운 일이 있답니다. 바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 독서 문화 관련 행사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요구하는 게 모두 달라 고충을 겪는다고 하네요. 당시만 해도 ‘도서관은 책을 빌려 읽고 반납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통해 도서관이 ‘문화 행사의 주체’로 변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도서관의 모습이 반가웠습니다.


열일곱님에게 공동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는 5랍니다. 안정감을 줘서 좋데요. 중간이라 편향이 되지 않는다고. 신기하죠. 저는 단지 좋아하는 숫자를 물었을 뿐인데. 열일곱님은 1부터 10까지를 한정하셨어요. 그래야 숫자 5가 중간이 되니까요. 이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왜 무슨 기준으로 열일곱님은 숫자를 1에서 10까지 한정하셨을까? 왜 그랬을까요? 여러분도 추측하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좋아하는 색깔은 푸른색이래요. 무난하고 튀지 않아서 좋데요. 파란색에 대한 표현이 다 다르죠. 누군가는 하늘색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파란색이라고도 말하죠. 이렇게 표현에 따라서도 그 사람을 읽을 수 있어요. 하늘색이라고 말했던 분은 구름이 되어 시를 쓰고 싶다던 시인이었죠. 푸른색이 좋다는 열일곱님은 무난한 걸 좋아하고 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죠. 이 부분이 숫자 5가 중간이어서 좋다고 한 맥락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아마도 열일곱님은 튀지 않는 무난한 중간의 삶을 원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어패류를 좋아한데요. 아이들이 좋아해서 먹다 보니 좋아하게 되었데요. 좋아하는 동물은 없고요. 좋아하는 식물은 꽃이랑 허브를 좋아하신데요. 향기가 좋아서 좋데요.

10년 후 어떤 모습일까요?라고 물었더니. 갑자기 ‘나미야 잡화점’이란 책 이야기를 하십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내용이 누군가를 돕는 이야기인데. 자신도 누군가를 도우며 살고 싶다고 하셨어요. 이런 점도 흥미로워요. 10년 후 누군가를 돕고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나미야 잡화점’이란 책을 통해 열일곱님이 책을 애정 한다는 걸 알 수 있죠. 하여 그 사람을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여다보면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가정에 충실하면서도 자기만의 개인 생활도 유지하고 싶데요. 재봉틀로 옷 만드는 게 취미인데 잘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드디어 열일곱님의 진짜 모습이 나왔습니다. 가정에 충실하면서, 자신만의 개인 생활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나를 얻게 되면 하나를 잃게 되는 항아리 속 조약돌 같은 거죠. 그런데 열일곱님은 그 두 가지를 얻고자 노력하는 거잖아요. 무엇보다 그것이 안정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 순간 떠올랐습니다. 저울이. 전자저울이 아니라 시골 방앗간에서 본 커다란 추 달린 저울이. 극과 극을 오가며 흔들리는 눈금자를 추를 움직여 수평을 찾는 저울이.


열일곱님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제 뇌리엔 튀지 않는! 무난한! 중간!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았어요. 하여 이 모습이 열일곱님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하면 열일곱님이 유난히 튀고, 무난하지 않고, 중간이 아닌 자기중심적인 삶에 대한 갈망이 있기에 무난하고 튀지 않고 중간의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하여 이 둘 사이에서 흔들리며 중심을 잡는 저울로 글초상화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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