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여덟
2017년 9월 22일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 누군가를 좋게 하는 일이라 제 일이 좋아요.
하지만 늘 걱정이 따릅니다. 잘하고 있는 걸까?”
열여덟님은 마흔 후반의 공무원입니다. 도서관에서 문화 기획 일을 하고 있는데 도서관 일이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 누군가를 좋게 하는 일이라 보람을 느낀답니다. 하지만 늘 걱정이 따른데요. 잘하고 있는 걸까? 그럼요. 잘하는 거죠. 걱정을 하고 있기에 잘하고 있는 겁니다. 왜냐하면 걱정이란 녀석은 늘 더 좋은 방안을 고민하게 하고 잘못되면 바꿀 수 있게 하니 긍정적인 녀석입니다. 그러니 걱정도 즐기는 게 어떨까 싶어요. 물론 쉽게 않겠죠. 하지만 걱정을 즐기는 순간 우리는 어린 시절로 돌아갈 겁니다. 그땐 걱정보다 매 순간 기쁨과 환희만 가득했었죠. 잠시 그때로 돌아가는 건 어떨까요. 그럼 세상이 놀이동산이 될 것 같습니다.
열여덟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었더니 47이라고 답하셨어요. 두 자리 숫자를 말하는 분이 드물어서 물어보았습니다. 왜 좋아하냐고. 그랬더니 짝이 맞데요. 4랑 7이랑 짝이 맞는 느낌이래요. 우린 가장 객관적인 지표를 보여주는 숫자에 대해서도 참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들 좋아하는 이유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궁금했습니다. 어째서 4랑 7이랑 짝이 맞는 느낌일까? 더 물어보았지만 깊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받은 느낌은 무슨 일을 하든 짝을 맞추는 분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색깔은 파란색이래요. 하늘이 떠올라 상쾌한 느낌이라고. 좋아하는 음식은 칼국수래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딱히 생각해 보지 않았데요. 그냥 떠오르는 게 칼국수라 칼국수라 답을 했다고 해요. 흠. 어쩌죠. 좋아하는 것에 대한 답이 너무 단답이라 글초상화를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에 빠졌습니다. 열여덟님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치고는 제가 걱정을 하고 있네요. 그래도 일단 다음 질문으로 고!
좋아하는 동물은 고양이래요. 강아지보다 똑똑해서 좋은데요. 그 이유가 재미있었어요. 주인 말을 잘 안 들어서 강아지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한데요. 그 순간 열여덟님의 진짜 모습을 봤습니다. 어쩜 열여덟님은 똑똑한 고양이를 닮았는지도 몰라요. 굉장히 자기 주관적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분일 겁니다. 상사의 충고 따위는 듣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듣고 있지만 이 분에겐 큰 문제가 안 되는 거죠. 이미 계획이 있으니까요. 그 순간 이상하게 골목대장이 떠올랐습니다. 어리바리한 우리들 앞에 서서 호령하던 골목대장. 이 분과 함께 하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열여덟님에 대해 더 알고 싶었습니다. 하여 남은 질문을 드렸죠.
좋아하는 식물은 없데요. 자꾸 죽어서 관심을 끊으셨데요. 10년 후 어떤 모습일까요? 물었더니 막막하데요.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고, 새로운 것도 좋아하지 않는데요. 그냥 퇴직할 때까진 직장에 다닐 거래요. 이런. 우리의 골목대장이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믿어봅니다. 우리의 골목대장은 언제나 돌파구를 찾았으니까요. 열여덟님도 매일매일이 즐겁던 어린 시절의 열정을 찾기를.
가끔 아이들처럼 단답형으로 진행되는 인터뷰가 있습니다. 열여덟님이 그랬는데요. 열여덟님이 아이처럼 순수함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멋있는 말로 충분히 거짓말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았죠. 하여 열여덟님의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 그리고 주인 말을 잘 안 들어 똑똑한 고양이의 모습에 방점을 찍고 글초상화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