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시인이 되었다는 전설

인터뷰 열다섯

by 홍작

2017년 9월 23일


“구름이 되고 싶어요.
구름이 되어 하늘을 떠다니며 시를 쓰고 싶거든요.”


열다섯님은 쉰 후반의 중학생입니다. 올해 입학을 해서 1학년이래요. 집이 멀어 6시에 지하철을 타고 등교를 하는데 모든 것이 꿈같아 너무 기쁘고, 학교만 오면 '만사 오케이!' 느낌이래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로 진학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땐 매일 학교 가는 게 귀찮기만 했어요. 저에겐 당연하고 귀찮았던 일이 열다섯님에겐 너무나 간절한 꿈이었다는 사실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어쩜 우린 살아 있는 매 순간 감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열다섯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니 7이라고 답하셨어요. 행운이 올 것 같다고. 열다섯님이 생각하시는 대로 행운을 듬뿍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색깔은 하늘색이래요. 그냥 좋다고 하셨어요. 하긴 좋은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요. 이 질문에서도 열다섯님의 진짜 모습을 못 끌어냈다고 생각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열다섯님이 꿈을 꾸듯 설레는 표정으로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더니 "꿈이 있을 것 같아서 좋다"라고 하더라고요. 하늘색과 꿈이라니. 두 단어 사이에 너무 큰 비약이라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꿈이라뇨? 어떤 꿈이요?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구름이 되고 싶으시데요. 구름이 되어 하늘을 떠다니며 시를 쓰고 싶데요. 그 순간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 위로 두둥실 떠있는 구름이 바람을 따라 떠돌며 시를 읊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습니다. 열다섯님의 놀라운 상상에 다시 한번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리고 찾았습니다. 열다섯님의 진짜 모습을. 구름이 읊는 시는 어떤 시일까요?라고 물었더니 열다섯님은 금세 수줍어하는 중학생이 되어 최근 시를 배우면서 그런 생각을 했데요. 구름이 읊는 시에 대해선 대답을 듣지 못했지만 열다섯님의 시가 궁금해졌습니다. 분명 모두가 기다리는 천상의 시가 되겠죠?

더 이상의 질문은 의미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구름시인님의 마음을 엿보기 위해 물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갓김치래요. 전라도가 고향인데. 갓김치 하면 고향 생각이 나서 좋데요. 반대로 고향 생각이 날 때면 갓김치를 드시기도 한다고. 우리가 좋아하는 건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동물은 고양이래요. 고양이를 보면 예쁘데요. 예뻐서 좋데요. 나이 드신 분이 고양이가 좋다고 해서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대부분 어르신들은 고양이는 요물이라 가까이 지내면 안 된다고 하셨거든요. 역시 구름시인은 조금은 남다른 시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식물은 없데요. 아니 구름시인님 표현대로라며 아리송하데요. 아마도 구름시인님의 꿈이 땅이 아닌 하늘에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열다섯 구름시인님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저는 하늘색, 하늘, 구름, 시에 집중을 해서 썼습니다. 되도록이면 인터뷰 그대로를 옮기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당시 현장 분위기, 인터뷰이의 목소리 톤, 인터뷰이의 표정, 그 밖에 서로에 대한 교감 등을 담기엔 많이 부족하네요. 무엇보다 3년 전 기록에 의존한 거라 한계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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