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한 마음, 색동 보자기

인터뷰 열셋

by 홍작

2017년 9월 23일


내 나이 76이야. 중학교 1학년이지.
공부하는 게 즐거워. 특히 사회, 과학.


열셋님은 일흔여섯인 중학생입니다. 올해 1학년에 입학하셨데요. 공부하는 게 즐겁다는 열셋님. 특히 사회, 과학이 재미있데요. 한 때 식당을 운영하며 돈도 많이 벌었는데 즐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최근 미처 다하지 못한 공부를 시작했는데. 인생에서 가장 즐겁다고 하네요. 배움에 대한 열정은 나이도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열셋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니 7이라고 대답하셨어요. 행운의 숫자라 좋아하신다고. 숫자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압니다. 그러다 문뜩 숫자 7을 행운의 숫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본인에게 행운을 줘서 그렇다기보다는 행운의 숫자라고 하니 행운을 줄 것 같다는 생각하는 분이 많았죠. 그런 생각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주술적인 의미가 생겨 정말 행운을 가져다 줄 수 있죠. 그래도 가끔 우리가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사실에 대해 가끔을 물음표를 던져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좋아하는 색깔을 물으니 연한 색이 좋다고 하셨어요. 노란색도 진한 노란색이 아니라 연한 노란색을 좋아하고, 연두색도 진한 연두색이 아니라 연한 연두색이 좋데요. 그뿐만 아니라 알록달록 색동도 좋아하신다고. 소심한 색이라서 좋데요. 본인을 닮아서 좋데요. 시원시원한 태도와 큰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소심하다고 1도 느끼지 못했는데 열셋님이 생각하는 본인의 모습은 소심한가 봅니다. 종종 보여지는 나와 진짜 나와의 괴리가 큰 분들이 있었는데. 그분들 다수가 자신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남들을 위해 사는 경우가 많았어요. 열셋님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다니면서도 여전히 자식들을 위해 손자, 손녀를 돌보고 있었죠. 어떤 분은 이런 상황에서 불행하다 느끼고. 어떤 분은 이런 상황을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열셋님은 후자였어요. 하여 열셋님을 보면 행복은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그리고 진정한 행복은 자신을 향한 게 아니라 남을 향해 있다고 믿게 됩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니 한식을 좋아한데요. 특히 열두 첩 가득 나오는 밥상을 좋아한다고. 식당 일을 하셔서 그런지 통이 크셨습니다. 아마도 대접하는 것도 좋아하고, 대접받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동물을 물으니 고양이도 좋고, 강아지도 좋고, 닭도 좋고, 토끼도 좋다고 하셨어요.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사람도 좋다고 하시더니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좋다고 하셨어요. 세상에. 하느님을 만난 줄 알았습니다. 천지창조를 하신 후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던 그분이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게 되면 하느님이 되나 봅니다. 익숙했던 것들을 배움을 통해 새롭게 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좋아 보이나 봅니다.

좋아하는 식물을 물었더니, 갑자기 텃밭을 가꾸고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상추랑 토마토, 고추, 가지를 키우고 있데요. 본인이 키워 먹으니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다고. 텃밭에 있는 아이들 전부 좋다고 하셨어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좋다고 하시니 살아있는 하느님 맞는 거 같습니다. 10년 후 어떤 모습일까요?라고 물었더니. 그냥 웃으시더니. 국어 선생님이 꿈이셨데요. 너무 멀리 돌아온 것 같다고. 하지만 지금이 가장 행복하데요.


어때요? 열셋 님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인터뷰하면서 인상 깊었던 건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끊임없이 희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손주들 돌보는 게 쉽지 않잖아요. 나이도 있으신데. 그 마음, 누군가를 위한 그 마음에 집중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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