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둘
2017년 9월 23일
“이력서 보낼 때 가장 설레죠.
가장 슬플 때요? 결과 통보받을 때요.
전 아직 팔팔한데. 팔십까지 일하고 싶어요.”
열둘님은 쉰 후반의 취준생입니다. 왕년엔 잘 나가는 영업사원이었데요. 지금은 사회복지 관련 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퇴를 생각하며 경력을 마무리할 때, 열둘님은 여전히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여전히 20대처럼 자신의 미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며 바삐 살고 계시니까요. 이력서 보낼 때 가장 설레고, 결과 통보받을 때 가장 슬프다는 열둘님. 아마도 결과가 좋지 않은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취준생이야"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하긴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그들이 열둘님의 가치를 못 알아본 것뿐이죠.
열둘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니 7이라고 대답하셨어요. 행운의 숫자라서 좋다고. 열둘님도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이랑 녹색이래요. 차분해서 좋데요. 차분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열둘님의 마음의 색도 파란색이나 녹색이지 않을까 싶네요.
좋아하는 음식은 한식이래요. 열둘님에게 음식은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으로 구분되나 봐요. 음식 카테고리가 엄청 넓어요. 그만큼 좋아하는 음식이 많다는 거겠죠. 한식이라면 다 좋은데 그중에서도 김치찌개를 좋아하신데요. 특히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간 김치찌개를 좋데요. 돼지비계의 고소함과 신김치의 산미가 만나 환상적인 조합을 만들어내는 김치찌개. 흠. 상상만 해도 침이 고이네요.
좋아하는 동물은 토끼래요. 뛰어다니는 모습이 귀여워서 좋데요. 좋아하는 식물은 들국화래요. 그중에서도 보랏빛 나는 들국화. 아침에 이슬 맺힌 들국화를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데요. 깨끗하고 청초한 느낌이 들어 좋데요.
10년 후 어떤 모습일까요? 물었더니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거지. 일하며, 틈틈이 손녀, 손자 키우고 싶다"라고 하셨어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가끔은 여행도 가고, 80까지 일하고 싶다고 하셨죠. 열둘님의 나이는 거꾸로 가는 걸까요? 어쩜 지치지도 않고 계속 일을 한다고 하시는지. 돈 때문에 일을 하겠다고 하시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아마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 일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하고 싶으신 것 같아요. 어쨌건 열정적인 열둘님의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열둘님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제가 인터뷰를 통해 그려 본 열둘님은 여전히 20대처럼 미래를 위해 바삐 준비한다. 깡충깡충 뛰는 토끼를 좋아할 정도로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얼마나 바삐 사는지 아침에 이슬 맺힌 들국화를 본다는 거예요. 이 세 가지 이미지를 중심으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