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가짜 차를 그렇게 마셨을까

광저우 차 박람회에서 가짜 육보차 노차를 연거푸 들이키고 비몽사몽

by 차우림 이원종

->지난 글

지난 글에서 S선생이 착각하여 90년대 금첨차를 60년대 금첨차로 저에게 잘못 소개하였고, 그로인해 서먹함이 안개처럼 자욱했던 첫만남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당시 S선생은 복전茯磚에 관하여는 꽤 눈을떴지만, 금첨에 관하여는 겨우 까막눈을 면할 정도였던 것입니다. 지내놓고 나니알게 된 것입니다. 그때 에피소드도 흑심黑心이 있어서 저를 속이려고 했던것이 아니라 관심의 결여 내지는 무신경의 소치였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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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 저는 S선생에게 3kg짜리 70년대의 부채표복전 10덩이와 백표복전 10덩이를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S선생은 부채표복전 5덩이와 백표복전 3덩이만 보내왔습니다. 연유를 물어보니 꼭 그 만큼만 제 차인 줄 확신할 수 있어서 그리하였다는 것입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더 많이 주문을 받고서도 진위가 확실치않아 일부만을 보내주는 마음, 다음 물량은 언제 보내게 될지 기약할 수 없다는말도 참 고마웠습니다.말이 나온 김에 광저우 차박람회에서 크게 낭패본 일도 털어놓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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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 일입니다. 그해 가을 박람회에 일백년도 넘었다는 육보긴압차가 나왔습니다. 평소 보기 어려웠던 차라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물량도 꽤 되어 보였습니다. ‘어디에 숨어 있다 쏟아진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스에서는 시음도 시원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한 잔 들이키는데, 후끈한 열감이 돌았습니다.탕색은 검붉다 못해 먹빛이었습니다. 일백년 넘은 육보는 저도 처음 경험하는 터라 욕심을 내어 몇 잔 더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비몽사몽이 되었습니다. 몸도 가누기 힘들 만큼 힘이 빠져나갔고, 매쓰꺼웠으며, 어지러워졌습니다. 같이 차박람회를 돌아보던 길동무의 부축을 받아 가까운 옆 부스를 찾았습니다.


DSC_5825.JPG 광저우 박람회에서 소수 민족, 복정백차와는 관계없습니다.


복정백차를파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거푸거푸 백차를 들이키며 앞선 차를 씻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보이차 부스로 옮겨 차왕수와 시꾸이昔歸로 전면적 물청소에 나섰습니다. 차의 본성은 해독제라 곧 진정이 되었습니다.


‘그런 뻔한 가짜차도 제대로 분간 못하냐?’고 차벗들에게 핀잔도 듣고 구박도 받았습니다. 안목이 부족하니 몸으로 때워 공부하게 됩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욕심이 주범입니다. 판단이 마비되니 수족이 고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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