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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콩대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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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예랑 Jun 07. 2024

영근이 보러 가는 길

19. 영상 28도. 불볕이다. 

  "오빠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다. 진짜 오빠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네. 그냥, 돌아갔을 때 놀란 기억밖에 없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고, 내가.


  나는 오빠 생일도 몰라. 생일에 대한 기억도 없다. 우리 오빠는 말을 안 했지. 건축과를 다녀서 T자를 들고 다녔던 거. 말을 안 했어. 그래도 매일 보고 싶지, 가족인데. 그게 가족이지, 뭐. 오빠가 활동적이지도 않고 누구랑 말도 안 하고. 오빠가 한 다섯 번째 정도는 됐겠다. 큰이모 위로 둘이 더 있었는데 죽었대. 아가 때. 그래서 옛날에는 출생 신고를 늦게 하기도 했지. 죽을지도 모르니까. 


  오빠가 좋아하는 보리 과자. 그때는 그것밖에 없으니까 그랬겠지.

  머리는 단발머리에 눈은 조그맣고. 바삭바삭한 맛을 좋아했어, 너처럼. 항상 T자를 들고. 


  참 착한 오빠야. 불쌍해, 그냥. 그냥 불쌍해. 

  할머니가 가니까, 오빠를 관에다 넣어 놨는데 오빠가 주르륵 눈물을 흘리더래. 죽었는데 어떻게 눈물이 나왔을까. 눈에서 그냥 물이 흘렀을까? 이거 봐라. 이 묘비만 이름이 새까맣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새까매. 아버지가 까맣게 해 줬지."


  "집에서는 다들 영근이라고 불렀다. 이유는 나도 모르지."


  영근이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모들에게 문자가 왔다. 

  "오빠가 좋았겠다. 예랑이가 가서."

  늙지 못한 사내. 끝내 어른이 되지 못한 사내. 

  우리 외삼촌, 영근이. 




  


오늘의 추천곡은 GAIA DUO의 Stone, Salt and Sky: Ⅱ. Horizon입니다. 

'늙지 못한 사내. 끝내 어른이 되지 못한 사내.'는 산문집 <상미> 중 참척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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