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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콩대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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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예랑 May 30. 2024

5월

18. 영상 23도. 맑고 높다. 

  뒤늦게 뛰어나간 거리는 이미 꽃이 진 후의 짙은 초목뿐이다. 온통 짙푸르고도 짙푸른 세상. 거친 초목 중 별난 색을 찾으려 한참을 기웃거려도 그곳에는 세월을 다한 꽃들만 초라히 숨어 있다. 아, 5월은 색이 없구나. 나는 그것을 그제야 알았다. 유심히 보지 않았을 때는 알지 못했던 거리의 사정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고성이 흙 위로 튀어 오르고 거리거리마다 그 작은 발을 구르는 소리가 요란한다. 안간힘을 다해 가위바위보 소리를 치다가 싸우다가 웃다가 공을 굴리고는 흙마다 땅마다 모여 앉아 요란하게 소란을 꽃피우니 나무 속의 새들도 질세라 목청을 돋운다. 짙푸른 세상에서 색색의 소란이 유리알처럼 튀어 오른다. 

  초목 주변으로 노란 옷, 빨간 옷, 검은 옷, 분홍 옷, 파란 옷, 하얀 옷을 입은 사람과 개들이 걷고, 앉고, 뛴다. 수선화가 걷는다. 나팔꽃이 걷는다. 목련꽃이 뛴다. 청보리가 웃는다. 초목에 숨어 있던 색들이 이제는 점점이 사방에서 걷고 있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아, 5월은 청아하구나. 

  5월은 아름답다.




 


오늘의 추천곡은 전진희의 Breating in May입니다. 

5월이 갑니다. 모두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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