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 박세희 Nov 23. 2018

다시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오늘 오후에 대학생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 오후에 대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사전에 제출된 질문들 중 하나를 골라서 답을 해야 했는데, “다시 대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것은?”, “대학생 때 반드시 하여야 할 일은?” 같은 질문이 여러 개 붙어있었다. 


나도 대학생 때 이런 부류의 행사에 참여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때도 사전 질문을 하나씩 써내라는 주최측의 지시사항에 따라 손가는 대로 아무 질문이나 써낸 적이 있고 지금은 무슨 질문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질문들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잘 알면서도, 어쨌거나 그 자리에 모인 대학생들이 아무렇게나 써낸 질문 중 여러 개가 공통적으로 ‘대학시절에 꼭 하여야 할 것’을 묻고 있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신기하다.


한 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을, 빛나는 청춘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니, 어떻게든 이 시기를 값지게 보내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그 시절에 꼭 하여야 할 일이 따로 있을까. 혹시 이런 대답 정도를 기대했던 것일까: 여행, 독서, 연애, 친구 등등.


깊이 생각을 한 후에 답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즉답을 요하는 상황이어서, “대학생 때, 앞으로 살면서 두고두고 회자될 역대급 황당한 일에 도전해보시라.”고 답했다. 나는 대학생 때 방송사 공채 개그맨 시험에 도전해보지 않은 것이 아직도 아쉽다는 농담 같은 진담과 함께.


그런데 지금 다시 답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이든 지금 바로 하는 습관을 기르세요. 그리고 무엇을 꼭 해야 할지를 묻지 말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고민하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조금만 덧붙인다면, 아래와 같이:


“올해, 제가 좋아하는 친구 한 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과로사였어요.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친구 한 명이 죽었고, 재작년에도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네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저는 가치관이 많이 바뀌어왔어요. 미래를 낙관하지만, 확신하지는 않아요. ‘지금 당장 행복하기’, 이게 저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어쨌든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밝게 웃고 있고, 열심히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이 질문을 써낸 분은 어떻게든 무엇을 더 해서 알차게 이 젊음을 불태울까 고민을 하고 계시는 거겠죠.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생각해요. 사실 그것만으로도 큰 축복이에요. 이미 많이 가지신 거에요.


저는 여러분보다 아주 조금 더 살아본 정도이긴 하지만, 살다보니 무엇을 ‘더’ 할까를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덜’ 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때론 더 효과적인 접근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온갖 홍보문구가 덕지덕지 도배된 포스터와 꼭 필요한 정보가 가지런히 배치된 포스터를 함께 떠올려보세요. 그런 다음 여러분의 일상에 무엇을 더 구겨넣을까보다 무엇을 얼만큼 덜어낼까를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덜어낸 만큼, 딱 그만큼, 지금 이 순간을 깊고 충만하게 즐기면서, 음미하면서 살아보세요. 여러분은 이미 잘 알고 계신 것 같아요. 이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어쨌거나 당장에 죽지 않고 살아갈 생각이 있는 맑은 기운의 여러분들이라면, 지금 굳이 무언가를 더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시간에 빈틈을 주고, 마음에 여유를 주고, ‘지금’을 흠뻑 즐기세요. 제가 드릴 말씀은 이 정도입니다. 물론 이건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