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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Jul 05. 2019

요리 실력(?)이 점점 늘고 있다

경험치를 쌓으면 레벨업을 하는 건 인생의 진리다

어제 저녁은 돼지고기 굽고, 쌈채소 씻고, 된장찌개 끓였다. 돼지고기는 굽다가 얇게 썬 마늘을 넣어 함께 구웠다. 쌈채소는 미리 씻어서 물기를 빼두고, 된장찌개도 몇 가지 사소한 개선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월요일 저녁, 수요일 저녁까지 해서 이번 주만 세 번째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원래는 안 먹거나 배달시켜 먹거나 밖에서 먹거나 한다.)


월요일에는 소고기 굽고, 수요일에는 깍두기볶음밥을 했다. 사실 대단한 요리는 아니다. 문제(?)는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은 아내가 “어, 오빠, 점점 맛있어지는데?” 하며 놀랍다는 반응을 반복해서 보인다는 것이다. 단순 칭찬과 격려일 수도 있는데, 더 큰 문제(?)는 내가 만든 음식을 내가 먹어봐도 맛있다는 거.


어, 왜, 맛있지…?


신기한 건, 나도 내 요리 실력(?)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대단한 진일보는 아니지만 개별 작업에서의 수월성이 높아지면서 각 단계별 소요시간이 줄고 그 사이 무언가를 더 생각하고 더 알아보고 더 시도하고 더 정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예전에는 주방에만 가도 패닉이었다. 그래서 이런 글도 썼었다: “부엌력, 아빠가 아들에게 길러주고픈 단 하나의 능력


부엌에만 가면 허둥지둥 대패닉.


예전, 이강룡 선생님 글에서 읽은 것 같은데, 중년 대상 초급 컴퓨터 강습에서 한 수강생이 강사에게 e-mail 쓰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강사는 “우선 타자 연습을 해서 300타 정도 나오도록 하세요.”라고 답했다. 그러고 몇 주만에 강사의 수신함에 수강생이 쓴 고맙다는 e-mail이 도착해있었다고.


키보드는 컴퓨터의 기본 입력 도구이다. 그 수강생은 이 도구를 수월하게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타이핑 속도가 늘면 자신감이 생기고 이것저것 눌러보게 되고 브라우저를 켜서 검색도 하게 되고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고 나오고... 이런 과정을 해 볼 여유가 생긴다. e-mail 쓰는 법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게 된다.


타자 연습부터 하자냥


그러니까 어느 분야에 진입하든 그게 처음이라면 ‘최소 횟수’를 정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100번’은 해보자, 지금부터 ‘3개월’만 다녀보자, ‘30만원’ 어치만 먹어보자, 등등. 나에게 약간의 경험치(EXP.)가 쌓일 때까지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래도 뭔가 변화가 없고, 느껴지는 바가 없으면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는 거다.


기대효과는 이렇다: 지레 겁먹지 않고 가볍게 편하게 시작할 수 있다(☛어차피 조금만 해 볼 것이므로). 자신의 성장 속도에 대해 관대해지고 이 과정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일단 최소 횟수를 채우고 난 뒤에 다시 생각해 볼 것이므로). 의외의 재능과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직접 해보기 전엔 모르는 것이므로).


해보기 전엔 알 수 없는 발견들을 얻고,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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