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떼기로 자라다오, 아들아
아빠로서 총총이에게 반드시 익게 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다름 아닌 ‘부엌력’이다.
20대 초반의 나는 (부엌을 갖지 못하기도 하였거니와) 요리라고는, 라면이나 계란후라이 밖에 할 줄 모를 정도로 무능했다. 컵라면과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허다했다.
‘부엌’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적으로 ‘경험 부족’이 원인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10대 중・후반 가정에서 길러져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꼭 10대 중・후반일 필요가 있느냐, 30대가 되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20대 초반에 요긴하게 써먹으려면, 평생의 습관으로 삼으려면 이 시기에 길러지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요리고 설거지고 뚝딱뚝딱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간단한 요리 5~6개 정도는 레시피를 보지 않고도 금방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조금 어려운 요리라도 한 번 만들어보지 뭐 할 정도의 자신감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배달음식, 반조리식품, 외식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고 총총이가 장성할 즈음에는 또 어떤 식문화가 자리 잡을지는 알 수 없지만, 신선한 재료를 구해 간단히 다듬고 건강하게 조리하여 맛있게 먹는다는 그 본질은 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부엌일이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면 한다. 이게 ‘생활’(生活)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그 재미를 부디 일찍부터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