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chpapa 총총파파 Apr 06. 2022

나는 바라는 게 많고 기대가 큰 아빠

아이에게 주고픈 것도 아이에게 바라는 것도 많은 아빠. 


나는 그런 아빠라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


이 얘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응? 그걸 이제 알았어?'라는 표정을 짓는다.


나의 아버지도 나에게 바라는 게 참 많은 아빠였던 것 같다.


그만큼 많이 주셨다. 내가 제대로 많이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 쪽에서는 이것저것 많이 주려고 노력하셨다.


주말마다 나를 포함한 온 가족을 이끌고 산에 다니셨던 것도,


산에서 내려와 뜨끈한 선지국을 먹고 갓 데운 목욕물에 몸을 담근 것도,


내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겨주신 것도...


다 아버지의 욕심. 그러니까 나에 대한 기대, 바람이 집약되어서 나온 것이었다.


그래서 버럭 화도 많이 내셨고, 아버지의 기준에 내가 맞추어가길 요구하셨다.


애초에 무리한 요구였다. 아버지는 30년을 살면서 터득하고 깨우친 것을,


이제 막 태어나 어린이가 된 내가 따를 수 있고 맞출 수 있었을리가 없다.


Photo by Rodrigo Curi on Unsplash


지금 내가 아이들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도 참 비슷하다.


아내는 가끔 "오빠. 가끔 보면 오빠 정말 아버님이랑 비슷해..." 한다.


그 말에 속으론 발끈하지만, 슬프게도 반박할 수가 없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아이의 인생이 있다는 걸 안다. 아이의 운명이 있다는 걸 안다. 그걸 알면서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아니, 그런 기대와 바람을 가지려고 의욕했던 게 아니라서,


내려놓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가 없다. 그 기대와 바람은 스며들듯 나에게 생긴 것이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는 것에 관한 글을 읽었다.


언젠가 아이들을 촬영한 영상을 돌려보니 아이들 보다 내가 말을 더 많이 하고 있었다.


카메라 뒤에 있던 내가 더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영상을 보니 참 볼썽 사나웠다.


지금 내 모습이 그렇지 않을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조용히 지긋이 바라보는 그런 관찰자 같은 부모이고 싶다.


아, 나는 어쩌자고 아빠가 되어서...

매거진의 이전글 자책을 하고 반성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