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주고픈 것도 아이에게 바라는 것도 많은 아빠.
나는 그런 아빠라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
이 얘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응? 그걸 이제 알았어?'라는 표정을 짓는다.
나의 아버지도 나에게 바라는 게 참 많은 아빠였던 것 같다.
그만큼 많이 주셨다. 내가 제대로 많이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 쪽에서는 이것저것 많이 주려고 노력하셨다.
주말마다 나를 포함한 온 가족을 이끌고 산에 다니셨던 것도,
산에서 내려와 뜨끈한 선지국을 먹고 갓 데운 목욕물에 몸을 담근 것도,
내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겨주신 것도...
다 아버지의 욕심. 그러니까 나에 대한 기대, 바람이 집약되어서 나온 것이었다.
그래서 버럭 화도 많이 내셨고, 아버지의 기준에 내가 맞추어가길 요구하셨다.
애초에 무리한 요구였다. 아버지는 30년을 살면서 터득하고 깨우친 것을,
이제 막 태어나 어린이가 된 내가 따를 수 있고 맞출 수 있었을리가 없다.
지금 내가 아이들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도 참 비슷하다.
아내는 가끔 "오빠. 가끔 보면 오빠 정말 아버님이랑 비슷해..." 한다.
그 말에 속으론 발끈하지만, 슬프게도 반박할 수가 없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아이의 인생이 있다는 걸 안다. 아이의 운명이 있다는 걸 안다. 그걸 알면서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아니, 그런 기대와 바람을 가지려고 의욕했던 게 아니라서,
내려놓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가 없다. 그 기대와 바람은 스며들듯 나에게 생긴 것이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는 것에 관한 글을 읽었다.
언젠가 아이들을 촬영한 영상을 돌려보니 아이들 보다 내가 말을 더 많이 하고 있었다.
카메라 뒤에 있던 내가 더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영상을 보니 참 볼썽 사나웠다.
지금 내 모습이 그렇지 않을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조용히 지긋이 바라보는 그런 관찰자 같은 부모이고 싶다.
아, 나는 어쩌자고 아빠가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