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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Dec 13. 2018

아이는 부모가 제일 잘 안다? 줏대와 아집 사이

자정 가까이 되어 퇴근한 아내가 아직도 잠들지 않고 있는 총총이와 나를 보고 놀랐다. (총총이는 밤 9~10시 사이에 잔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아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총총이는 기저귀만 입은 채 거실에서 놀고 있었고 나는 욕실에서 쭈그려 앉아 총총이 잠옷과 이불을 열심히 빨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총총이를 재우고 있었다. 어린이집 하원해서 잘 놀고 잘 씻고 잘 누웠는데, 어쩐 일인지 총총이가 쉽게 잠들지를 못했다. 나는 총총이를 채근하기만 했다. “어서 자야지, 총총아.” 계속 뒤척이는 총총이가 잠들지 않고 더 놀고 싶어 그러는 줄 알았다. “잠이 잘 안 와요, 아빠.” 총총이의 말이었다.


나는 총총이 다리를 주물주물 마사지 해주었다. 그러다 총총이 다리를 배쪽으로 접고 펴는 마사지 동작도 몇 번 했다. 배 위에 손을 대고 원을 그리며 살살 문지르기도 했다. 예전에도 그렇게 마사지를 해주면 금새 잠이 들었었다. 총총이는 옆으로 누우며 등 아래 쪽을 살살 긁어달라고 했다. 나는 이러다 곧 잠들겠구나 싶었고, 총총이는 금방 잠이 들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살금살금 거실로 나왔다. 다른 집안일거리도 없겠다. 무슨 책을 읽을까, 무슨 영화를 볼까, 즐겁게 살펴보고 있었다. 10분 정도가 흘렀을까. 안방에서 총총이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조금 컸다. 감기에 걸려 있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그래도 좀 컸다. 언뜻 구역질 소리 같기도 했다. 놀라서 안방으로 달려갔더니 이미 일은 저질러진 다음이었다.


이 상황이 누구보다 당황스러운 건 총총이였다. 날벼락을 맞은 듯 앉아서 엉엉 울고 있었다. 놀랐을 것이다. 총총이를 달래는 게 급했다. 속이 안 좋았구나, 아팠구나, 아빠가 몰랐네, 미안해, 를 반복하며 총총이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총총이를 안아서 욕실로 갔다. 따뜻한 물에 총총이를 씻겼다. 욕실에서도 몇 번 더 토했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씀. “총총이가 오늘 밥이 맛있었나봐요. 저녁을 많이 먹더라고요.” 그때부터 체기가 있었던 걸까. 그런데 너무 서둘렀다, 내가. 집에 돌아와서도 간식을 많이 먹었다. 달라는 대로 다 줬고, 급히 먹는 것을 방치했다. 어련히 알아서 먹겠지, 라고 생각했다. 어른들도 급체를 하기도 하고 소화불량에 힘들어하는데, 어린 아이가 알아서 잘 하리라는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하게 된 것일까.


몰랐다. 몰라도 너무 몰랐다. 모르는 게 당연한데, 안다고 생각했다. 총총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어지간한 변수는 모두 통제되어 있다고 착각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총총이를 거실로 내보냈다. 금새 기분이 나아진 총총이는 거실에서 혼자 놀았다. 나는 엉망이 된 총총이 이부자리를 정돈해야 했다. 안방으로 가서 이불과 매트커버를 욕실로 옮겨서 빨래를 시작했다. 그러다 아내가 귀가한 것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최근 출산을 한 친구 부부가 우리 부부에게 “육아 선배로서 많은 가르침을 부탁한다”고 했다. 농담 같은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아이 마다 다 달라요. 그래서 아이에 대해서는 부모가 제일 잘 알고, 부모가 제일 전문가에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걱정 마시고 줏대 있게 하세요.” 그런데, 이게 뭐람.


줏대가 지나치면 아집이 될 수도 있다. 아이는 부모가 제일 잘 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집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 그나마 부모가 제일 잘 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다. 생판 남보다는 그래도 부모가 아이에 대해서 더 잘 안다. 그래도 여전히 전부 아는 것은 아니다. 부모는 아이를 다 알지 못한다. 다 알 수 없다.


아닌 밤 중에 날벼락을 맞고 욕실에 쭈그려 앉아 총총이 이불을 빨면서 했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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