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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Feb 08. 2019

아이 재우기 - 이상과 현실

아이 재우기 - 이상편


아이가 침대에 누워있다. 졸린 듯 하품을 한다.


“아빠가 책 읽어줄까?”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나긋이 읽어준다.


어라? 아이는 그새 잠들었다. 나는 침대 옆 전등을 끄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온다.



아이 재우기 - 현실편


1.


아이에게 잘 시간이라고 말하고 아이 옆에 같이 눕는다. “잠이 안 와, 아빠.” (…자는 척, 침묵…) “잠이 안 온다고.” (…자다 깬 척, 침묵을 깨고) “응? 응? 잠이 안 와? 왜 그럴까~?”


이때 총총이가 요청한다: “책 읽어주세요, 아빠.”


간신히 끈 불을 다시 켜기는 싫었던 나는 “응. 그러면 눈 감고 들어봐. 아빠가 동화책 읽어줄게.” 하면서 몇 번 읽어주었던 책 내용을 엇비슷하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총총이가 “어, 이거 차에서 들었던 건데?” 한다. 오호, 차에서 오디오북처럼 틀어준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때 조용히 있더니 자는 게 아니라 그걸 듣고 있었던 거로군.


내가 “오오~” 하고 놀랍다는 듯 반응하자, 총총이 왈 “‘대박’ 쓰지마, 아빠.” 한다. (‘대박’이란 말을 쓰지 말자고 했던 아빠랑 엄마가 ‘대박’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총총이는 우리에게 “‘대박’ 쓰면 안 돼.”라고 정정해준다. 자승자박이랄까.)


하지만 이번엔 아니다. “총총아, 아빠 ‘대박’ 안 했는데?” 총총이가 머쓱했는지 “응. 그런데 ‘대박’ 하면 안 되는 거지~?” 하고 확인한다. “응. 쓰면 안 되는 거긴 하지.” 내가 응수한다. 그러자 총총이 왈, “아빠. 그냥 ‘대박’ 쓰자아. 좀 쓰자아.”


“…”


2.


다시 잠이 들려고 하는 찰나, 총총이가 말한다: “아빠. 이렇게 해봐요.” (…또 다시 침묵…) “아빠. 이렇게 해보라니깐.” 어차피 불도 꺼졌고 하니 대충 대답해준다. “응. 그렇게 했어.”


“안 했잖아.” / “?!?!???! 어떻게 알았어?”


아니, 정말. 어떻게 알았지. 화들짝 놀란 나는 손을 더듬어 총총이가 베개를 말고 그 안에 자신의 머리를 파묻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총총아. 그렇게 했어.” 뭔가 일부러 더 베개에 얼굴이 눌려서 발음하기 힘든 티를 확실하게 내면서. 그러자 총총이는 다시 베개를 펴면서 “이번엔 이렇게!” 라고 말했다.


그 지시에 따라 베개를 말았다 폈다만 10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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