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회성에 아빠도 놀랐습니다.
연말에 다녀온 가족여행에서 알게 되었다. 총총이가 또래 혹은 그보다 위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에 스스럼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숙소에 있던 어린이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섞여서 모래놀이, 물놀이를 했다. 친구가 어렵게 쌓은 모래성을 거리낌 없이 무너뜨리더라. (‘원래 이렇게 노는 것 아니야?’ 라는 얄미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공을 갖고 노는 한 남매를 만나 몇 번의 무시와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끈질기게 쫓아다녀서 결국 공을 받아내고 던지고 하기도 했다. (중간 중간 뒤돌아 나를 보며, ‘아빠 얘네들 공 안 주는데? 아빠가 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 표정을 보이긴 했다.)
공항 탑승구 앞에서 기다릴 때도 한 형제의 놀이에 끼어들어 자신이 새로 얻어낸 비행기 장난감을 뽐내기도 했다. (‘너네는 이런 것 없다지?’ 하는 표정. 아빠인 내가 봐도 좀 얄미웠다.) 결국 그 형제와 함께 장난을 치다가 다같이 혼이 나기도 했다.
주말에 사촌 형, 누나와 놀 때도 어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확 줄었다. 그냥 두어도 알아서 놀이를 찾고, 서로 협상을 하기도 하며(“총총이 한 번 하고 줄게. 형아 한 번 하고 줘.”) 그렇게 어우러져서 논다. (이때 부모는 ‘편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 총총이가 푹 빠져 있는 놀이 중 하나는 바로 ‘역할 놀이’이다. 이걸 아빠인 나랑도 종종 하는데, 재밌는 건 내가 ‘아기’가 되고, 총총이 자신이 ‘아빠’가 되어 서로의 역할이 뒤바뀌는 놀이가 시도된다는 것이다.
이때 나는 아주 당해보아라 하는 심정으로 떼쟁이 아들 흉내를 낸다. 총총이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한 번 책을 읽어 준 총총이가 다른 책 보자, 라고 하는 데도 끝까지 한 번 더 읽어달라고 한다. 그때 나를 바라보던 총총이의 눈이 잔잔히 흔들렸다.
다행인 것은, 아직 나를 혼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아기를 혼내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있는 것일까. 내가 떼를 쓰고 이런 저런 요구를 해도 친절하게 잘 들어준다. 마치 그것이 아빠의 제 역할임을 아는 것인양. 자기 역할에 충실하려고 분노를 참다니. 의젓하고 대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