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하게 들어가는 너의 뒷모습에 아빠는 늘 고맙다.
아침. 일어나기 싫었던 총총이는 베개를 들어 얼굴에 덮었다. 작년 12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녔으니, 이번 달이 지나면 어린이집‘력’ 만 1년이 되는 총총이지만 여전히 등/하원은 쉽지 않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도 매일 아침 일어나 학교 가는 게 싫었다. 그런데 12년 개근을 했다. 그때는 학교 한 번 빼먹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
지금 총총이의 상황은 다르다. 총총이가 어린이집 등원을 안 하면 아내와 내가 출근을 못 한다. 그래서 강경한 원칙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총총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을 쉬게 되면 나나 아내가 일을 하루 쉬어야 한다.
다행인 건 “어린이집 가기 싫다”는 말은 안 한다는 것이다. 막상 가면 또 재밌게 지내고/놀고 온다. 좋아하는 선생님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 하고 싶은 놀이도 마음껏 하고, 노래도 많이 배워와서 자주 흥얼거리기도 한다.
등원 루틴은 최대한 간소하게 하려고 한다. ‘도착해서 차에서 내려서 교실로 가서 보호자와 인사하고 헤어진다.’ 이래야 나도 더 늦지 않게 출근할 수 있다. 하루쯤 괜찮겠지 하고 예외를 두면 그다음부터 힘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선생님들도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교실로 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최근 총총이에게 새로운 등원 루틴이 생겼는데, 교실 들어가기 전에 정수기로 가서 직접 컵을 꺼내고 물을 받아 조금 들이키는 것이다. 이때 아빠도 물 한 잔 하시라고 컵을 꺼내 준다. 그 컵에 물을 받아마시며 나도 한숨을 돌린다. 오늘은 총총이와 컵을 부딪히며 “오늘 하루도 힘내자. 짠.” 했다.
다 마신 컵을 정리함에 넣은 후 자기반 교실로 뛰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기특함과 대견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따라 교실로 가서 총총이와 마주 보고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서둘러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