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chpapa Nov 06. 2018

어린이집 다녀오느라, “수고했어, 오늘도”

씩씩하게 들어가는 너의 뒷모습에 아빠는 늘 고맙다.

아침. 일어나기 싫었던 총총이는 베개를 들어 얼굴에 덮었다. 작년 12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녔으니, 이번 달이 지나면 어린이집‘력’ 만 1년이 되는 총총이지만 여전히 등/하원은 쉽지 않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도 매일 아침 일어나 학교 가는 게 싫었다. 그런데 12년 개근을 했다. 그때는 학교 한 번 빼먹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


지금 총총이의 상황은 다르다. 총총이가 어린이집 등원을 안 하면 아내와 내가 출근을 못 한다. 그래서 강경한 원칙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총총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을 쉬게 되면 나나 아내가 일을 하루 쉬어야 한다.


다행인 건 “어린이집 가기 싫다”는 말은 안 한다는 것이다. 막상 가면 또 재밌게 지내고/놀고 온다. 좋아하는 선생님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 하고 싶은 놀이도 마음껏 하고, 노래도 많이 배워와서 자주 흥얼거리기도 한다.


집에서는 쉽지 않은 물감놀이도 어린이집에서는 자주/많이 한다.


등원 루틴은 최대한 간소하게 하려고 한다. ‘도착해서 차에서 내려서 교실로 가서 보호자와 인사하고 헤어진다.’ 이래야 나도 더 늦지 않게 출근할 수 있다. 하루쯤 괜찮겠지 하고 예외를 두면 그다음부터 힘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선생님들도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교실로 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최근 총총이에게 새로운 등원 루틴이 생겼는데, 교실 들어가기 전에 정수기로 가서 직접 컵을 꺼내고 물을 받아 조금 들이키는 것이다. 이때 아빠도 물 한 잔 하시라고 컵을 꺼내 준다. 그 컵에 물을 받아마시며 나도 한숨을 돌린다. 오늘은 총총이와 컵을 부딪히며 “오늘 하루도 힘내자. 짠.” 했다.


다 마신 컵을 정리함에 넣은 후 자기반 교실로 뛰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기특함과 대견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따라 교실로 가서 총총이와 마주 보고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고 서둘러 출근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후 27개월, 또래와 어울려 놀 줄 아는 나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