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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Jun 25. 2019

마음이 철렁, 뒤에도 눈이 달린 아빠이고 싶다

 친권자인 부모는 자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몇 달 전, 총총이 어린이집 하원 하면서 있었던 일


총총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상업지구 오피스 빌딩 2층에 있다. 여느 때와 같은 하원 길. 총총이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띵.”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총총아. 가자.” 하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당시 생후 27개월, 의사소통 수준이 많이 높아진 총총이가 당연히 내 뒤를 따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채.


두 세 걸음 정도 옮겼을 때 싸-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탔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틈으로 총총이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을 보고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앗. 총총이가 안 내렸구나.’


황급히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그러나, 이미 엘리베이터 문은 닫히고 있었다. 내 손이나 발을 끼워넣을 수 없을 정도로 닫히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손을 뻗어 벽에 붙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드렸다. 그러면 바로 문이 열릴 줄 알았다.


그런데, 총총이가 탄 엘리베이터의 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리지가 않았다. “띵.”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게 아닌가. 이 빌딩에는 8개의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저층부를 오가는 4개의 엘리베이터 중 하나의 문이 열린 것이다.


갑자기 머리에 전기 자극이 가해진 느낌이 들었. 그 순간 ‘번뜩인다는 것이 이런 종류의 감각이구나’라는 생각도 함께 했다.


‘지금 사람들이 퇴근하고 난 시간이라 다른 엘리베이터가 1층에 내려와 있었구나.
먼저 내려와 있는 엘리베이터가 먼저 열리는 방식이구나.
문이 열린 저 엘리베이터를 올려 보내면 총총이가 탄 엘리베이터가 열리겠구나.’


찰나였다. 이 생각과 동시에 몸을 움직여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아무 층이나 누른 뒤 닫힘 버튼을 누르고 닫히는 문의 센서에 잡히지 않도록 후다닥 뛰어내렸다. 이 과정이 1초가 안 되었던 것 같다. 총총이가 홀로 엘리베이터에 갇힌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자마자 그걸 막기 위한 최단, 최적, 최선의 움직임이 튀어나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위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건물 벽에 붙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빠르게 두드렸다. ‘이제는 총총이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겠지.’ 그런데 이번에는 나머지 2개 중 한 개의 엘리베이터 문이 “띵.” 하고 열렸다.


‘아뿔싸. 한 대 더 내려와 있었구나.’


이때였다. 엘리베이터 안에 혼자 있던 총총이가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아~뿌아아아!” 외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1층 출입구에 서 계신 건물 경비 분께 “아저씨! 엘리베이터 문이 안 열려요! 애가 갇혔어요!”라고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아무 층이나 누른 뒤 닫힘 버튼을 누르고 밖으로 나왔다. “아쁘아아! 아쁘아아!” 총총이의 울음소리가 엘리베이터 문을 뚫고 나왔다. 그 소리를 들으니 심장이 쿵쾅거렸다. ‘자, 이제는 열리겠지.’


그런데 이번에는 마지막 하나 남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띵.”하고 열렸다. 다행히 다른 분이 그걸 잡아타고 올라갔고, 그걸 확인하자마자 버튼을 눌렀다. 총총이가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 문이 그제야 열렸다.


어서 문이 열리길 바라며 발을 구르고 있는 내 앞에서 엘리베이터 문은 정말이지 천천히 열렸다. 그 장면의 듬성한 프레임이 한 장 한 장의 스냅샷으로 내 눈과 마음에 박혔다. 총총이의 얼굴은 엉망으로 일그러져 눈물과 콧물이 범벅되어 있었다.


나는 바로 총총이를 안아들었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어온 건물 경비 아저씨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아가야, 괜찮니?” 하고 물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혹시 엘리베이터의 조명이 꺼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놀란 총총이의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꼭 안아주었다.


아직 어린 아이를 내가 너무 과대평가 했다. 아이와 걸을 때는 손을 잡고 걷거나 바로 뒤에서 바짝 따라붙어서 걷거나 하는데 나 혼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다니. 고작 생후 27개월 된 아이에게 내가 너무나 부주의하게 행동을 했다. 의사소통 수준이 높다고 해서 애가 어른이 된 것은 아닌데 말이다.


그날, 잠자리에 들면서 “아빠. 나 무서웠어.”라고 이야기 하는 총총이를 꼭 안아주었다. 보통 영화를 보면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어 폐소공포증 같은 트라우마가 되곤 하던데, 총총이는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아빠인 나에게 아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기게 된 사건이었다.


사고는 단 한 번의 부주의로도 생길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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