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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총총파파 Dec 08. 2019

아이는 좋은 여행 동무

만 38개월 총총이와 당일치기 기차 여행

만 38개월 아이와 단 둘이 고향에 다녀왔다. 당일치기 기차 여행. 아이는 어느덧 자라 여행 동무가 되었다. 군것질도 하고 수다도 떨고 서로를 챙기기도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늘 사랑으로 아이를 키워야지 생각을 하지만, 되려 내가 아이를 통해 사랑을 새로 배우는 느낌이다.



여행의 목적은 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뵙기 위해서. 더 정확히는 어머니께 총총이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할머니가 왜 병상에 누워 계시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총총이는 시종일관 밝고 즐거웠고 종횡무진 돌아다녔고 그것이 어머니께 굉장한 기쁨과 에너지를 드린 것 같다.


어머니. 점점 기력이 약해지시는 게 느껴졌다. 마음이 아팠다. 오늘은 울지 않았다. 어머니의 표정에서 어떤 결기 같은 것을 느꼈다. 내가 어머니의 상황이었다면 지금 어땠을까. 진즉 무너지지 않았을까.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버티고 계셨다.


어머니는 가만히 병상에 누워계시지만 그 가만히 계심이 역설적으로 계속 살아가겠다는 투쟁으로 보였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계신 듯 보였다. 어머니는 아직 포기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내가 마음을 약하게 먹어서 되겠는가.


아버지께 아무런 잔소리를 하지 않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의식적인 건 아니었다. 지친 아버지의 표정을 보니 그저 마음이 짠했다. 아버지도 지금 이 상황이 외롭고 힘드시겠지. 이제사 약주를 줄이고 본인을 더 챙기라는 말씀을 드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가만히 안아드리고 싶었다.




고향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잠깐 졸려고 했더니 총총이가 "아빠!" 하고 소리치며 나를 깨운다. "아빠. 졸다가 부산까지 가면 어떡해!"하고 나를 꾸짖는다. 이 얘기를 아내에게 해줬더니 아내가 웃으면서 나를 총총이에게 맡겨둬서 참 든든하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할머니 과일을 챙겨드려야 한다며 냉장고에서 귤과 사과를 꺼내 할머니 앞에 놔드리고 요구르트도 드리고 휴지도 제자리에 놔드리고. 총총이는 참 다정하고 따뜻했다.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배운 것인지. 늘 놀라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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