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쓰는 출산기 (1)
그날 아침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주말 아침이면 늦잠을 자도록 나를 내버려 두는 아내가 어인 일인지 내 몸을 흔들었다.
오빠. 일어나서 이것 좀 봐.
엇? 임신이야?
그 짧은 순간 오만 생각이 다 났다. 아찔할 정도로 기뻤다. 그러나 기뻐하기 전에 일단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아내는 이런 상황에서도 놀랍도록 신중했다.
오빠, 아직 잘 몰라. 일단 산부인과부터 가보자.
아침으로 오므라이스를 챙겨 먹고 부랴부랴 산부인과로 향했다. 첫 방문이라서 간단한 상담을 마치고(어떻게 오셨어요? 어느 선생님 원하세요?), 의사선생님께 진찰을 받았다.
(참고로 아내는 산부인과에 가기 전에 집 주변 산부인과를 모조리 검색해서, 방문 후기까지 꼼꼼하게 찾아보았다. 그런 다음에 M산부인과 그것도 H의사선생님을 콕 집어서 진찰받기를 원했다.)
의사선생님은, 약 2주에서 10일 정도 전에 잉태된 것 같으며, 지금은 아기집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니, 2~3주 후에 다시 와서 진찰을 받으라고 했다. 그때 임신확인증(?) 같은 것도 주고, 육아일지도 주겠단다.
그리고 그날 첫 초음파 사진을 받았다.
광활한 우주에 혹성 같은 검은 점이 아기집이고, 그 속에 ‘너’가 자라고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사진을 계속 보고 있자니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모님께 전화를 드렸고, 집에 도착해서는 어머니께도 전화를 드렸다. 두 분 다 정말 좋아하셨다.
아내는 그날부터 바로 엽산 및 종합비타민제를 먹었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오메가-3 영양제도 먹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아직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아빠가 된다고…, 정말?
그렇게 “아빠가 쓰는 출산기”, 줄여서 ‘아쓰출’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