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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부부의 세계를 봤다

+ 5가지 사랑의 언어 테스트

나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상대적인 거다. 나는 나의 아내보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내가 상대적으로 내가 아는 다른 사람들보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니까 아내와 나는 드물게 티브이를 켜서 드라마를 본다. 그리고 그 빈도는 나보다 아내 쪽이 살짝 더 많다. 최근 몇 년간 내가 봤던 드라마, 특히 한국 드라마는 주로 아내와 함께 보느라 보게 되었던 것들이다.


응답하라 1988, 시그널, 비밀의 숲, 동백꽃 필 무렵,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리고 최근에 종영한 부부의 세계까지.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부부의 세계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당연히 전자를 택할 것이다. 내 성격과 내 삶이 그렇다. 나는 감정이 격해지는 게 견디기 힘들다. 무던하고 소소한 일상이 좋다.

 

익준이도 의사고 아들이 있고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했지만... 피를 보진 않았다


부부의 세계는 처음부터 본 것도 아니었지만 너무 자극적이고 감정선이 진했다. 등장인물이 사건에 대응하는 방식이 사건을 수습하는 방향이 아니라 사건을 더 키워가는 식이었다. ‘굳이 저렇게까지 하며 살아야하나?’


그래도 아내와 함께 봤다. 실은 아내로부터 명시적인 요청이 있었다. 함께 보면 좋겠다, 라고 하는. 분명한 요청을 거절하는 건 배우자 된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때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확인한 것이 있다.


바로 5가지 사랑의 언어 테스트이다.


5가지 사랑의 언어 by 게리 채프먼


5가지 사랑의 언어 테스트란, 사랑의 언어를 5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그 중 나의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지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지 서로 확인하도록 하는 테스트이다. 상대방이 바라는 형태로 사랑의 언어를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다.


내가 고기를 좋아한다고 초식동물에게 고기를 선물해선 안 된다. 내가 여우라고 두루미에게 넓적한 접시를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상대방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언어로 사랑을 전달하도록 하자는 게 이 5가지 사랑의 언어가 깔고 있는 기본적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직접 테스트를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아내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아내는 5가지 사랑의 언어 중 ‘함께 하는 시간’을 중시하는 타입 같았다. 꼭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함께 보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함께 보면서 이런저런 감상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그걸 알기 때문에 더욱 아내의 부탁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드라마 부부의 세계 후반부를 봤다.



드라마를 보고서야 알았다. 아내는 부부 두 사람의 이야기보다 엄마와 아들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고 있었다. 부모 사이의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사춘기 아들의 상황에 공감하여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드라마를 볼 때도 엄마는 엄마였다.


(그 다음 관심사는 배우 김희애의 멋진 패션, 스타일링...)


부부의 세계 최종화를 보고 나서 내 머릿 속에 가득찬 생각은 딱 하나. 아이가 있는 부부에게 둘 만의 세계란 없다


마치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주인공도 절대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리는 선택을 하지는 못하듯, 아이가 있는 부부는 사소한 결정도 선택도 모두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명심하고 살아야 한다.


이 드라마에서 지선우(김희애)가 걱정하고 마음을 졸이고 신경을 쓰고 인내하고 버티는 이유는 오로지 아들 준영이 때문이다. 남편 이태오가 아니다. 남편 이태오의 죄는 지선우 자신을 배신한 것도 있겠지만, 가정을 깨고 그 여파로 아들 준영에게 피해를 준 것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부모란 그런 존재다. ‘부부의 세계’는 그 말과 달리 부부 두 사람의 세계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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