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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Oct 19. 2020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

사랑 그리고 지금 여기를 즐기는 모습

1.

미루려다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작성.


2.

주말 지나며 두 가지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하나는 첫째 총총이가 공을 갖고 놀다 별안간 울음을 터뜨린 일. 또 하나는 놀이터에서 놀던 첫째 총총이가 나에게 “아빠 핸드폰 그만보고 나랑 놀자니까!” 하고 짜증 섞인 화를 냈던 일.


3.

거의 매 주말이 그렇지만, 이번 주말도 가족과 함께 진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 달에 첫돌을 맞는 둘째 뽐뽐이의 돌 기념 사진촬영이 있었다. 아내가 예약한 한옥에서 한복 차려 입고 찍었다. 한옥(야외)과 한복. 이중으로 거쳐야 할 관문이 있었지만, 촬영은 무사히 끝났다. 첫째 총총이가 협조해 준 덕분이다.



4. 

돌 촬영 하느라 하루 휴가를 냈는데 그냥 집에서 쉬려니 아쉬웠다. 즉흥적으로 숙소를 알아보고 동쪽으로 차를 몰았다. 둘째가 돌 무렵이 되니 편도 1시간30분 거리의 여행도 부담없다. 숙소는 대단한 부대시설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북한강이 보이는 위치에 아기자기한 조경이 되어 있었다. 이제 만 4세가 된 첫째 총총이는 밤이 되어도 귀가하지 않고 여기서 자고 다음날에도 또 놀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신나했다. 날씨가 정말 좋았고, 오고 가는 길에 핀 단풍도 아름다워서 아내도 좋아했다.



5.

총총이는 공 놀이를 하다 울었다. 마음 같아선 자신이 제일 잘 하고 싶은데 엄마와 아빠가 더 잘 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뒤집힌 모양이었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나와 아내가 언제 그렇게 잘 하라고 보챘다고 저럴까... 총총이의 울음이 진정된 다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속이 상했냐고. 그렇단다. 왜 속이 상했냐고. 자신이 제일 잘 해서 칭찬을 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속이 상했단다. 아내와 내가 총총이가 뭘 잘 한다고 총총이가 이겼다고 그렇게 큰 칭찬을 해준 적은 없는데... 대체 언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아이들은 모두 이렇게 강한 승부욕을 갖고 태어나는 것일까.


6.

아빠로서 나는 아이가 그저 즐기길 바란다. 이기고 지는 문제가 하찮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분명히 중요하다. 때론 그게 전부인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빠로서 내가 아이에게 길러주고 싶은 건 이기든 지든 그 결과와 무관하게 과정을 흠뻑 즐길 수 있는 자세와 마음가짐이다. 이겨도 찜찜한 과정이 있고, 져도 후련한 과정이 있다. 나는 차라리 후자가 낫다고 본다. 그래야 다음에 또 싸우고 또 도전할 수 있다. 그 마음, 그 즐거움을 잃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7.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거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하잖아. 그런 노력도 물론 좋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좋은 걸 부모들이 즐기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 결국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건 인생을 즐기는 법이라고 생각해.


8.

그런 맥락에서 첫째 아이와 놀이터에 나와 놀면서 틈틈이 손에 쥔 핸드폰을 확인했던 건 내가 정말 잘못한 일이다. 밖에 놀러 나왔으면 찐하게 놀아야 하는데, 아이가 느끼기엔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아빠인 내가 만들어버렸다. 이렇게 귀한 시간이, 내 입장에선 시간을 내서 놀이터에 나온 것이고, 아이 입장에선 자신과 놀아주지 않고 핸드폰만 보는 것으로 서로 다르게 기억될 것이 아닌가. 참다 못한 아이 입에서 짜증 섞인 화가 튀어나올 때 ‘아차’ 싶었다. 분명 내가 잘못했다.


9.

이 순간, 이 장소, 이 사람.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기회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를.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기 보다는 나는 더할나위 없이 인생을 즐겼어, 라고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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