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chpapa Mar 09. 2021

새 목표: 집에서 큰소리 내지 않기

그러기 위해 목소리 기본 톤을 두 단계 낮추기

이제 저도 6년차 아빠가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지내는 이야기를 적지 않은 수의 글로 남겼고, 아빠로서 아이에게 줄 것은 사랑 뿐이라는 둥 간지러운 내용도 썼습니다만,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미안한 마음에 일기장에 반성문을 쓰는 여전히 부족한 아빠입니다.


어른이라고 안 피곤한가요. 아빠도 때론 피곤합니다. 졸릴 때도 있고, 짜증이 날 때도 있죠. 그렇지만 이게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내가 피곤하고 졸리고 힘드니까 나도 짜증 좀 내고 화도 좀 내고 큰소리도 좀 내자! 뭐, 마냥 참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이걸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안 되면 다스릴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해야죠.


3월 초에 동해안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여행 틈틈이 첫째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제 겨우 여섯 살이 된 아이에게 제가 그랬어요. 웃고 떠들기만 해도 아쉬울 시간에 제가 대체 왜 그랬을까요.


제 나름의 이유는 있었죠. 이제 첫째는 말귀를 알아듣고 사리분별을 어느 정도 하거든요. 그래서 부모로서 또 아빠로서 기대하는 바가 약간 생겼어요. 이 정도까진 따라주겠지… 하는 식의. 그리고 어디 내놔도 버르장머리 없단 얘기를 듣지 않게 하고 싶었나봐요. 마냥 이뻐만 하면 응석받이로 클 것 같다는 불안감도 있었고요. 이 모든 게 뒤죽박죽 짬뽕이 되어 있었습니다. 글로 적고 보니 나름의 이유라고 하기에도 터무니 없이 부족하네요.


첫째 아이에게 버럭 화를 냈던 날, 그 화를 낸 사실이 마음에 오래 남아 있었어요. 핸드폰 사진 앨범을 보는데 첫째 아이가 찍힌 사진을 볼 때마다 그 눈망울을 바라보며 어찌나 짠하고 미안하던지.


(실은, 아직 두 돌이 안 된 둘째 아이가 제 얼굴에 달려 들어 제가 쓰고 있는 안경을 확 낚아챌 때도 버럭 소리를 지르긴 했습니다. 저도 놀라고 아프고 해서 그런 거지만, 그럴 때마다 첫째 아이는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아빠. OO이는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잖아. 그냥 아빠가 참고 이해해줘요.” 이 말은 동생을 위한 말임과 동시에 첫째 아이 스스로를 위한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 저녁이었나 다음날 아침, 첫째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나 이제 이렇게 조용하고 부드럽게만 말할 거야.” 나긋나긋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내는, “오빠. 좋아. 좋긴 한데, 좀 느끼하다. 덜 느끼하게는 안 될까?” 말하더군요. 제가 생각해도 부자연스럽긴 했습니다.


그렇게 한 며칠이 지났습니다. 아직까지 큰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목소리 톤은 다시 몇 단계 올라온 것 같지만요. 이렇게 글을 쓰면서 다시 아이에게 절대 어떤 경우에도 큰소리를 내지 않기로 다짐해봅니다. 목소리 볼륨과 톤도 다시 몇 단계 낮추고요. 집에서 만이라도 지긋하게 기다리고, 느긋하게 바라보고,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나를 챙겨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