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날던 조던도 혼자서는 챔피언이 되지 못했어요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전성기를 다룬 스포츠 다큐 ⟨라스트 댄스⟩(총 10부)는 제가 2020년 한 해 본 영상 콘텐츠를 통틀어 가장 깊이 빠졌던 작품입니다.
코로나19로 전세계의 거의 모든 라이브 스포츠가 멈춘 때에 다큐멘터리로라도 스포츠를 볼 수 있어 무척 행복했어요. 절묘하게 편집된 경기 장면을 볼 때는 손에 땀을 쥐기도 했고요.
NBA를 좋아하는 분들은 놀랄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한때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팀이었던 시카고 불스가 마이클 조던이 뛴 시즌을 빼면 Final 우승 횟수 0회 입니다. 원래 명문팀이 아니었단 얘기죠.
마이클 조던이 입단하기 전까지, 시카고 불스는 시카고 지역을 연고로 하는 스포츠팀 중 가장 인기가 없는 축에 속했다고 하고요. 마이클 조던은 NBA 데뷔 첫 해에 “팀의 멱살을 끌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시킵니다.
천재? 마이클 조던은 천재적 재능 이상의 성실한 노력으로 유명한 선수였더라고요. 시작 단계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선수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누구보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선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클 조던은 모든 경기를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서 뛰었습니다. 그 이유를 다른 이가 설명했는데, 그 말이 참 멋졌습니다: “이 경기에서 마이클 조던을 처음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걸 알았기 때문에.” (소름 쫙)
시리즈 타이틀인 The Last Dance는 97-98 시즌 개막 전 ‘마지막’을 직감한 필 잭슨 감독(Head Coach)이 팀원들에게 나눠준 책자에 적혀있던 문구입니다. 91-92-93 3연속 파이널 우승(이걸 “thre(e)-peat”이라 하더군요!) 했고, 96-97 2연속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고 있던 팀인데, 어째서 마지막을 직감했던 것일까요?
시카고 불스의 단장(GM)이었던 제리 크라우스(Jerry Krause)는 이 시리즈를 보기 전엔 알지 못했던 인물입니다. 이 다큐의 스토리라인에서는 ‘악역’ 캐릭터로 보이는데요. 필 잭슨 감독을 데려와서 시카고 불스를 첫 NBA 챔피언 만들어 준 게 이 사람입니다.
선수단 유지 능력, 관리 능력은 떨어졌지만, 될성 부른 선수를 알아보고 얼리 스테이지에서 빠르게 스카우팅 하는 능력은 정말 수준급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합류한 재능 있는 선수들을 필 잭슨이 원팀으로 만들고 마이클 조던의 카리스마가 더해져 왕조가 이뤄졌던 것입니다.
하늘을 날던 조던도 혼자서는 챔피언이 되지 못했어요.
마이클 조던이 동료들을 얼마나 몰아붙였는지, 과거 동료들 인터뷰를 보면 조던에 관해 좋은 말만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나쁜 새끼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그들마저도 진정 챔피언 반지를 원한다면, 마이클 조던과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마이클 조던은 자신이 팀 동료를 가혹하게 푸쉬한 건 인정하지만, 우승의 기준을 자신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빈다. 그리고 떳떳하게 얘기합니다: “나는 내가 하지 않은 걸 남들에게 시키지는 않았어요.”
“That was beautiful.” 마지막 슛(The Last Shot)이라 불리는 장면입니다. 97-98시즌 유타 재즈와의 NBA 파이널 6차전 마지막에 나온 이 슛을 통해 시카고 불스는 2번째 3peat을 달성하고, 6번째 시리즈 챔피언이 됩니다.
승리의 감격에 젖은 필 잭슨 감독은 마이클 조던에게 “can you believe this?”라고 묻습니다. 마이클 조던은 “I knew it. Every time we were close, I knew we were gonna do it. I knew it.”이라고 답해요. 무수한 고비를 직접 넘어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이클 조던은 코트 위에서 세상 누구보다 열정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열정이 다른 이에게 전염될 거라 믿었고요. 매경기 매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 순간에 집중했습니다. 과거에 머물러 있지도, 미래에 눈을 두지도 않고, 오로지 현재에 집중했습니다. That was beautiful. 그건 정말 아름답다고 할 수 있죠.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영상으로 만들어져서 정말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