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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총총파파 Dec 30. 2020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 — 흥미진진한 비즈니스 스토리

다시는 장난감 비즈니스를 우습게 보지 마라!!!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

THE TOYS THAT MADE US


넷플릭스가 아니면 대체 어디서 이런 다큐를 보겠어, 싶은 작품을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한 세대를 풍미했던 장난감의 탄생 배경과 성장 과정을 돌아보며 이를 이끈 드러난 주역들 또는 숨은 주역들의 인터뷰를 모아서 보여주는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 시리즈 입니다. 


장난감 이야기라니 생각만 해도 재밌을 거 같지 않나요. 속도감 있고 익살스러운 편집도 재미를 더해줍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할 에피소드는 특별히 재밌게 본 “닌자 거북이” 편입니다.


이 다큐를 보고 저는 반성 비슷한 걸 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왜 닌자 거북이를 누가 그렸는지, 왜 그렸는지도 모르고 그저 즐겼을까. 소위 IP라고 하는 콘텐츠, 지적 재산권 산업은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황금알을 낳는 비즈니스였거든요.


제가 어릴 적에 보던 닌자 거북이가 (예전의 인기에 비하면 많이 잠잠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영화로 만들어지고 TV 시리즈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코와붕가!”를 외치며 악당을 때려잡는 네 마리의 돌연변이 닌자 거북이는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


THE TOYS THAT MADE US




그야말로 메가 히트를 친 이후의 닌자 거북이의 이야기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걸 다 파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TV시리즈와 영화가 무수히 제작되었으니까요. 저는 닌자 거북이의 시작이 궁금했습니다.


닌자 거북이는 ‘케빈 이스트먼’과 ‘피터 레어드’ 두 사람의 공동 창작물 입니다. 만화를 너무 좋아한 ‘케빈 이스트먼’은 직접 만화를 그려서 먹고 살기로 하는데 우연히 지역 신문에 카툰을 그리는 ‘피터 레어드’를 만납니다. 둘은 마블 히어로 코믹스를 그린 ‘잭 커비’라는 전설적인 만화가를 동경했고 쿵짝이 잘 맞는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만화를 그리자! 둘은 ‘케빈 이스트먼’의 집 거실에 ‘미라지 스튜디오’를 차리고 본인들의 첫 작품을 여러 출판사에 투고합니다. 우푯값이 많이 들었다고요. 물론 거절의 편지를 보내는 출판사들도 우푯값이 많이 들었을 겁니다. 그렇게 좌절의 시기를 맛보던 중 장난처럼 종이에 그린 게 칼을 들고 무장한 거북이 한 마리였습니다.


닌자 거북이의 탄생입니다. 재밌는 아이디어라는 걸 직감한 케빈과 피터는 등장인물을 추가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자비 출판을 합니다. 3,200부 가량의 초판을 만들었는데 이게 빠르게 매진되었습니다. 전설의 시작이었죠. 케빈은 인터뷰에서 그때가 바로 자신의 꿈이 실현되던 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코믹북 시장이 작지 않았던 미국이었기 때문인지 만화가 대박을 직후에 라이센스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후각이 예민한 사람들이 닌자 거북이의 시장성을 맡기 시작한 거죠. 재밌는 건 케빈과 피터로부터 프랜차이즈 라이센스 계약을 따낸 ‘마크 프리드먼’은 회사도 사무실도 없고 명함 한 장 가진 에이전트였다는 사실입니다.


닌자 거북이를 만든 건 케빈과 피터이지만 이 만화를 완구, TV시리즈, 영화 같은 더 넓은 시장과 산업으로 인솔한 사람은 마크 프리드먼 입니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죠. 모든 시작이 그렇듯요. 케빈과 피터의 첫 작품이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했던 것처럼 마크도 장난감 제조사들로부터 거절을 당했습니다.


“닌자? 거북이? 그런 걸 누가 좋아해요.” 이런 부정적 피드백에도 굴하지 않고 마크 프리드먼은 믿었습니다. 이건 무조건 성공한다고요. 그렇게 문을 두드리고 다니다가 드디어 플레이메이트라는 완구제조사의 문이 열렸습니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이 다큐멘터리의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완구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닌자 거북이를 완구로 만드는 데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원작의 음울함과 시니컬함이 아이들이 갖고 노는 완구와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 닌자 거북이를 액션 피규어로 만들기 위해 여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댑니다. 장난감에 생명을 불어넣는 거죠.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그저 두고 감상하는데 쓰지 않습니다. 장난감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놀죠. 그 이야기는 만화나 TV에서 본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적절히 변주하고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맥락의 이야기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만들어지려면 캐릭터가 분명해야 합니다.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완구제조사는 완구를 더 많이 팔기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재밌죠. 코믹북의 캐릭터를 갖고 완구를 만드는데 이 완구를 흥행시키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니. 원작이 어른들을 위한 사실적이고 자극적인 만화였다면, 새롭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철저히 아동을 타겟으로 차별화를 합니다. 이게 우리가 아는 닌자 거북이죠.


이렇게 만든 닌자 거북이 액션 피규어를 장난감 박람회에 들고 가서 리테일 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역시 쉽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모든 시작은 어렵습니다. 단순히 설득하고 두드려서 될 문제가 아니었는지, 플레이메이트는 유명 완구 디자이너를 모셔와서 완구 디자인을 엣지 있게 다듬습니다.


그 이후는? 5부작 TV애니메이션이 시쳇말로 대박이 났고 때맞춰 출시한 완구들도 불티나게 팔립니다. 인터뷰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 생애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이 완구점을 가도 선반이 비워져 있고(= 다 팔렸다는 뜻), 다음 완구점을 가도 선반이 비워져 있었다. 그 다음 완구점을 가도 마찬가지였다.”


이어지는 성공 스토리는 한 문단으로 요약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대박이 났고 실사 영화를 만들었고 또 대박이 났고 다양한 악당 캐릭터가 추가되면서 완구도 늘어났고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버전으로 리부트 되었습니다. PC 게임으로도 만들어졌고 최근에도 새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닌자 거북이의 시작은 만화를 좋아하는 두 남자가 거실에 앉아 종이에 그렸던 낙서였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꼭 성공하란 법은 없죠. 만화는 케빈과 피터에게는 누가 막아서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일이었을 겁니다. 좋아하니까요.


시작은 어렵습니다. 계속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잘 될 것을 믿지 않으면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새해,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시작을 계획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어려울 걸 알지만 잘 될 거라 믿고 시작하고 계속 했으면 좋겠습니다. 닌자 거북이를 만든 케빈과 피터도 닌자 거북이가 망했다면 또 다른 작품을 그렸을 겁니다.


모든 시작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시작하려는 마음을 응원합니다.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 닌자 거북이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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