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나 먹자고 남극에 온 거 아닌 사람들의 밥 먹는 이야기
감상평을 남기지 않고는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영화를 봤습니다. 그만큼 좋았단 뜻입니다.
제목 ⟨남극의 쉐프⟩는 남극 기지에 조리사로 파견된 니시지마(사카이 마사토)를 가리킵니다. 니시지마는 어쩌다 남극에 오게 되었을까요?
남극에서 밥을 해먹고, 대원들을 밥 해먹이는 이야기. ’어떻게 이런 신선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하고 감탄했는데 원작이 있더군요. 남극 기지에서 조리 담당을 했던 사람이 쓴 에세이를 스크린으로 옮긴 거라고요.
소재와 설정이 무척 참신합니다. 일단 장소가 남극 기지니까요. 엄청난 추위라 함부로 밖에 나갈 순 없고, 기지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매 끼니를 챙겨 먹는 게 일은 또 일이고...
위 사진에 보이는 여덟 명의 개성 강한 캐릭터가 1년 넘게 제한된 공간에서 살을 맞대고 살다보니 생겨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룹니다. 각자 맡은 일을 하고 (농땡이도 치고) 같이 놀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때론 투닥거리기도 하고요.
무료하고 고된 남극 기지 생활의 중심에 니시지마가 요리한 음식이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 그때는 여덟 명이 한 식탁에 모여 앉아 같이 식사를 하거든요. 음식, 요리를 주제로 한 콘텐츠의 장점이 이거죠: 먹는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이 영화를 보며 저는 4개월 동안 합숙하며 훈련을 받았던 개인적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이야기도 충분히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이 되었고요. 좋은 이야기를 접하고 나면 이렇게 저도 이야기를 써볼까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남극이라는 낯선 소재와 음식이라는 일상적인 요소를 잘 버무려서 인간미 넘치는 코미디가 만들어졌어요. ⟨남극의 쉐프⟩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