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chpapa May 03. 2021

자고 있는 아이의 다리를 주물렀다

요즘 첫째 아이를 재우면서 잠들기 어려워 하는 아이의 다리를 주무른다. 발바닥부터 종아리, 무릎, 허벅다리까지 부드럽고 가볍게 조물거린다. 이제 잠들었나 싶어 손을 멈추면 귀신같이 알고 "아빠. 계속 주물러줘." 한다.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아이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온다.


첫째 아이는 작고 말랐다. 아직 어리니까 당연히 작지만, 또래에 비해서도 작은 편이다. 다리를 주무를 때도 그게 느껴진다. 뼈가 만져진다. 마치 손으로 해부학 교재를 읽는 것처럼 선명하게 만져진다. 나는 나의 다리를 주무르며 한 번도 그런 촉감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놀랐다.


요즘 한창 잘 먹으며 날이 다르게 자라나는 둘째 아이와 비교하니 첫째 아이의 왜소함이 더욱 도드라진다. 비교는 어쩔 수 없다. 비교는 불가피하다. 비교는 매우 본능적이고 즉각적인 활동이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보니 첫째 아이의 성향이 더욱 분명하게 파악된다.


둘째가 나오기 전까진 나도 아내도 첫째 아이가 무척 활동적이고 바깥 놀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생각했다. 잘 먹고, 잘 크고 있다고 생각했다. 밖에 나가자고 하면 누구보다 먼저 현관으로 달려가는 둘째 아이를 보니 아 진짜 활동적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하고 제대로 알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첫째 아이는 실내 활동을 좋아한다. 조잘거리며 말하기를 좋아하고, 앉아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 바깥놀이도 좋아하지만, 오래 끈질기게 놀지는 않는다. 금새 지치고 피곤해한다. 그런 성향을 이해는 하지만, 그에 갇히지 않도록 돕고 싶다.


오늘도 자는 아이의 다리를 주물렀다.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서.

매거진의 이전글 생후 20개월 총총이의 활약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