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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Dec 15. 2021

“가혹한 환경의 워킹맘입니다. 매일 매일이 치열하죠.”

워킹대디의 매일도 치열하다

맞벌이 육아는 매일 매일이 치열하다. 하지만, 아이가 앓을 때면 더 치열해진다.


지난 주말 아침. 둘째 아이가 기침을 했다. 쿨럭 쿨럭. 그 소리를 들은 나도 아내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부터 다녀왔다. 만약 감기라면 초장에 잡아야 한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다. 


진료를 받아보니 목이 부었다고 한다. 목이 부으면 곧 열이 나고 콧물이 흐르고 가래가 끓고... 감기는 그냥 며칠 쉬면 낫는 걸 잘 알고 있지만 하루라도 빨리 낫게 하기 위해 일단 약을 타왔다.


주말 지내며 컨디션이 더 나빠졌다. 금새 좋아지진 않을 걸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첫째 아이가 이맘때는 이 정도 컨디션이면 그냥 어린이집에 보냈다. 그래야 나도 아내도 출근을 할 수 있으니까. 


아이에게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외부 도움을 받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의 육아란 이런 것이다. 다행히 그때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사정을 이해해주셨다. 때 맞춰 약도 먹여주시고 세심히 돌봐주셨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젠 아이가 열이 나면 어린이집에서도 등원을 자제하고 가정 보육을 하라고 권고한다. 사실 이게 맞다. 다만, 당장에 출근을 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다.


며칠 전, 국내 모 대기업에 80년생 최연소 ‘여성’ 임원이 나왔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 글의 제목인 “가혹한 환경의 워킹맘입니다. 매일 매일이 치열하죠.”는 그분이 한 말이다.


그분은 두 아이의 엄마였는데, “회사에서 퇴근하면 육아에만 집중하고 오후 9시 정도 ‘육퇴’(육아퇴근)를 하면 새벽까지 다시 일을 하다 잠깐 자고 일어나 출근했다”고 한다.


나는 ‘육퇴’하면서 아이들과 같이 눕게 되던데. 다시 일어나서 책도 읽고 집안일도 마저 해야지, 했지만 그냥 아침까지 쭉 자게 되던데. 여러모로 대단하다 싶었다.


그런데, 잠깐. 왜 여성 임원의 승진 기사에는 항상 “워킹맘” 이야기가 따라붙는 것인가. 얼마 전 네이버 신임 대표 내정자 때도 “한편, 최 대표는 아이 몇을 둔 워킹맘이기도 하다.”라는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데.


여전히 아이들은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고루한 인식의 산물인가. 아니면 엄마 역할도 잘 하는 슈퍼 알파 우먼이라는 칭찬인가. 그것도 아니면 해당 기업이 일-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는 문화 혹은 제도를 갖고 있다는 자랑인가.


결국 어린이집 등원을 못하게 된 오늘. 아내가 급히 오전 반차를 내고 집에서 둘째 아이를 돌봤고, 오전 미팅이 있어 출근했던 나는 오후 반차를 내고 아내와 육아 맞교대를 했다.


둘째 아이가 얼른 낫길 바란다.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필요한 일을 두고 ‘얼른’ 낫기 바란다며 재촉하는 이 마음이 달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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