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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Jan 07. 2022

둘째 아이가 첫 걸음을 내딛던 날

1년 전 이맘때의 기록

돌이 지나도 기어만 다녀서 언제쯤 걸으려나 궁금했던 둘째가 요즘 자꾸 혼자 일어나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한다.


그러다 넘어지고, 그러다 넘어진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는다. 살짝 주저 앉는 걸로 그칠 때도 있지만, 아주 우당탕탕 고꾸라질 때도 있다.


그러고 나면 다시 일어나 걷는 게 두려울 것도 같은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일어나 한 발 한 발 앞으로 옮긴다.


둘째 아이는 자신이 언젠가 걷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눈에 보이는 아빠, 엄마, 형아 모두 두 발로 걸으니 자신도 걸을 수 있다고 아주 당연하게 믿고 있을까. 그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발 한 발


처음엔 한 발이었지만 하다보니 두 발, 세 발 걷을 수 있어서 계속 더 더 걸어보고 싶은 것일까. 걸을 때의 표정을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한 발 더 내딛게 되면 얼굴 가득 기쁘다. 소리도 지른다. 물론 아빠, 엄마, 형아도 호들갑 떨며 박수치고 환호한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딛는 첫 발. 또 넘어질 수 있는 걸 알지만, 또는 반드시 넘어질 것이지만, 그럼에도 내딛는 걸음.


아이의 걸음마를 보며 내 마음을 다독여본다.




꼭 1년 전에 페이스북에 남겼던 글을 브런치로 옮겨왔습니다. 당시에 "고흐의 첫 걸음이 생각나는 포스팅"이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가 아이를 낳자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첫 걸음 First steps을 그렸다고 합니다. 고흐가 존경해마지 않던 밀레의 첫 걸음이란 작품을 따라 그린 것이라고 하네요. 아이의 걸음마 시도에 조심스럽게 뒤를 받쳐주는 엄마, 그리고 호미를 던져두고 두 팔 벌려 맞이하는 아빠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고 또 뭉클합니다. 이제 저의 둘째 아이 뽐뽐이는 잘 걷고 잘 뛰고 춤도 추고 점프도 하고 킥보드도 혼자 타려고 합니다. 이쁜 말도 많이 하고 애교 넘치는 표정도 지어서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간 아이가 눈부시게 성장했는데 아빠인 나는 꼭 그만큼 성숙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또 한 발 내딛어야겠지요.


반 고흐의 첫 걸음 First Steps, after Millet (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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