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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Jan 13. 2022

빵 좋아하는 총총이와 구리볼

오늘 주제는 총총이(우리집 첫째)와 빵이다. 제목은 못 정했다. 임시로 빵 좋아하는 총총이와 구리볼.


총총이는 빵을 좋아한다. 밥파와 빵파로 굳이 가른다면 확실히 빵파에 가깝다. 밥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끼니를 빵으로 때워도 그게 뭐 어떠냐는 식이다. 어떤 빵이든 손에 쥐면 얌냠 맛있게 먹는다.


종류도 여럿 알고 있다. 구리볼, 마들렌, 휘낭시에, 크로아상 등등. 시대가 다르고 제빵업, 제과업도 발전해서 그렇겠지만 내가 저 나이 때도 저렇게 빵 종류를 많이 알았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빵을 얼마나 좋아하냐면 간혹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할 때 "어서 일어나서 아몬드 크로아상 먹자"하면 베시시 웃으면서 일어난다. (이럴거야...?)


주말에는 집에서 아내와 같이 빵 만들기를 하기도 한다. 


나 어릴 적엔 집에서 빵 만드는 건 상상도 못해봤다. 오븐도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이렇게 쓰고 더 생각해보니, 아니다. 카스테라 정도는 만들어 먹었던 것 같다. 그냥 내가 별로 관심이 없었다.


거북이 모양 빵을 만들겠다고


지난 주에는 모닝빵을 만들겠다고 밀가루 반죽을 하고 오븐에 넣었는데 촉촉하고 쫄깃한 빵이 아니라 딱딱하고 파삭한 쿠키가 나와버렸다. 그래도 자기가 만든 거라고 몇 개 먹어본다. 나는 차마 못 먹겠어서 사양했다.


집 근처에 자주 가는 단골 동네 빵집이 있다. 총총이는 이 빵집에서 파는 구리볼을 좋아하는데, 언제부턴가 매대에서 보이지 않았다. 총총이는 궁금해했다: 대체 왜 구리볼이 없어진 걸까. 나만 좋아하고 사람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 걸까.


참새가 방앗간 들르는 모습


오랜만에 빵집에 들를 일이 있어 사장님께 여쭤봤다: 구리볼을 더는 만들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인기가 없어서 없앤 게 아니었다. 달달한 구리볼은 주로 아이들과 노인들이 즐겨 찾는데, 바로 그 인기의 이유인 달달함이 아이들과 노인들의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더는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의 구리볼


예상 밖의 진지한 이유였다. 심지어 좋은 재료를 찾다 찾다가 프랑스 밀가루를 수입해서 빵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모...몰랐어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이 빵집을 알았는데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아, 그렇구나. 그런 생각을 하셨구나.


이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총총이는, 아빠 그럼 건강한 재료로 구리볼을 만들면 되잖아? 야채 구리볼은 어떨까? 하고 아이디어를 냈다.


오는 주말에 같이 야채 구리볼을 만들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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