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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Jan 09. 2022

거실 TV를 없앴다

이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혼수로 샀으니까 우리 아이들보다 더 오래 같이 살았던 TV를 오늘 없앴다. 오늘 거실 TV를 없애려고 한다는 말을 들은 총총이의 눈동자는 지진이 난듯 흔들렸다.


우리집에는 스크린 타임에 관한 규칙이 있었다. 주중에는 못 보지만 주말에는 TV를 마음껏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정하고 나니 주말 내내 TV만 보다 하루가 다 가는 날도 있었다. TV 시청에도 관성이 있다. 한 번 틀면 쉽게 끌 수가 없다.


아이들의 반대로 TV 치우기가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아내가 꾀를 냈다. 아이들에게 저 TV를 팔아서 장난감을 사주려고 한다고 했더니, 화색이 되면서 어서 가서 팔라고 한다. (얘들아!!!)


그리고 당장 장난감 가게로 가서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었다.


변화의 시작은 서재방 책상 교체였다. 거실에 있던 TV와 마찬가지로 예전에 샀던 식탁이 있었다. 버리기 아깝고 해서 서재방에서 책상 대용으로 쓰고 있었다. 일반 책상에 비해 너비와 폭이 좁아서 노트북과 책을 같이 놓기에 불편했다.


이케아에서 적당한 홈오피스용 책상을 골랐다. 아내와 내가 힘을 합쳐 조립했다. 넓은 책상을 쓰니 확실히 쾌적했다. 그걸 시작으로 대대적인 서재방 정리를 했다. 그 여파가 서재방을 넘어 거실에까지 미친 것이다.


사실 TV가 없는 서재와 같은 거실은 내 오랜 로망이었다. TV 소음 대신 대화와 토론으로 가득한 거실. 그 로망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아내와 나는 주중에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으니 주말에라도 스크린에만 눈을 둘 게 아니라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으면 싶었다. 이런 엄마 아빠의 뜻을 아이들이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Designer: Paul Cremoux Studio / 출처: http://www.home-designing.com/living-rooms-for-book-lovers


최근 읽은 ⟪수도자처럼 생각하기⟫에 이런 말이 있었다: 장소에는 에너지가 있고, 시간에는 기억이 있다. (Location has Energy; Time has Memory.) 


우리의 거실에 따뜻함과 편안함, 즐거움 그리고 이야기가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할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아빠인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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