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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Feb 07. 2022

확진일지

위로는 힘이 된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늘이다. 그 사이 나흘이나 흘렀다. 벌써 일요일이 되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4일 전, 그러니까 긴 명절 연휴가 끝나고 다시 출근 하는 날의 아침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열은 거의 없었는데 목이 따갑고 근육통이 있었다. 감기 몸살 같았다. '어라, 이거 혹시...?'


연휴 시작 전에 회사에서 받은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했다. 면봉을 깊이 넣어서 눈물이 쏙 났다. 15분을 기다렸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아, 아니었나, 그냥 감기였나?'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고 회사로 가던 중에 전화를 받았다. 명절 때 뵈었던 친척 중 한 분이 코로나 양성 확진이 나왔다는 것이다. 급히 차를 돌려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회사에는 사정을 알리고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그 사이 출근했던 아내도 짐을 싸서 귀가했다.


Photo by Nong V on Unsplash


가족 모두 동네 이비인후과의원으로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몇 시간 전과 달리 나는 양성이 나왔다. 당장 보건소로 가서 PCR 검사를 받아야 했다.


가족들을 집에 데려다주고 서둘러 보건소로 가서 PCR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다음 날 나온다고 했지만 이쯤되니 이건 100% 양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가해서도 마스크를 쓰고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열이 올랐다.


일전에 코로나 확진이 되었던 친구에게 연락했다. 친구는 체온 38도가 넘어가면 참지 말고 무조건 해열제를 먹으라고 했다. 그 말을 따랐다. 해열제 두 알을 먹고 잤다.


다음날 오전 일찍. PCR 검사 결과 양성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대로 복사해서 회사에 보냈다. 회사 일은 걱정 말고 일단 몸부터 챙기라는 답장이 왔다. 열이 계속 오르고 머리가 핑핑 돌아서 회사 일을 걱정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해열제를 먹었지만 열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근육통은 약해졌는데 인후통은 강해졌다. 그래도 이 정도면 경증으로 분류될텐데, 경증이라는 말이 너무나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아팠다.


그렇게 나흘이 지났다.


역학조사는 하지 않으므로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알 수가 없다. 가족, 직장 동료 이외의 모임은 최소화하면서 나름 조심을 했는데도 감염을 피할 수는 없었다.


열이 좀 내리니 이제 살만해져서 이런 기록을 남긴다.


가족 중 확진자가 생기면 동거 가족 모두 격리를 하게 된다. 생활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마 밖에서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 것이다.


그런 우리 가족을 가여이 여겨 음식을 포장해서 문 앞에 두고 가고, 고기와 햇반과 라면과 과일과 떡을 보내주고, 약을 대신 타주고 빵도 사서 문 앞에 두고 간 고마운 친구들이 있다.


꽃을 한아름 사서 두고 간 친구도 있다. 꽃병에 꽂아서 집 곳곳에 두었다. 덕분에 집이 환해졌다.


고마움을 잊지 않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보내는 이는 약소하다 하였지만, 받는 입장에선 큰 응원이었다. 갑갑한 격리 생활을 견디는 힘이 되었다.


어떤 위로도 사소하지 않고, 어떤 마음도 약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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