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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Apr 25. 2022

아내의 생일이었다

지난 주말은 장모님의 환갑 축하 가족 모임을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어 말하면, 아내의 생일은 우리 네 명 가족의 최고 기념일이라 할 수 있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에는 아내의 생일에 무언가 특별하고 대단한 걸 해야 겠다는 욕심이 있었지만, (의욕만 앞서고 잘 되진 않았고,) 지금은 기본에 충실하되 더 더 디테일에 충실하는 게 유일한 성공법이라는 걸 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평소엔 하지 않던 아침상 차리기를 했다. 압력밥솥으로 밥을 새로 짓고 레토르트 한우미역국을 끓이고 아내가 좋아하는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었다. 


그리고 점심에 운동 가는 아내를 위해 유부초밥 도시락을 준비했다. 오늘은 아내가 일찍 출근하는 날이라 더 서둘러야 했다. 마음이 분주했다. 


그렇게 아내를 출근시키고 아이들 과일 도시락까지 준비하면서 나의 출근 준비는 끝이 났다.


저녁에는 네 명 가족이 모여 생일 파티를 했다.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총총이가 쓴 편지였다. 아내는 그 편지를 읽고 눈물이 찔끔 났다고 했다. 몇 글자 안 적은 그림 편지 한 장으로 아내를 감동시켜버리는 총총이가 부러웠다. 반면, 나는...


숨가쁜 하루를 보내고 가족 모두가 식탁에 둘러 앉아 생일을 축하하며 촛불을 끈다는 건... 너무나 흔한 이벤트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오늘 내겐 유독 의미가 깊게 다가왔다. 나는 앞으로도 이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지금 내게 더 바랄 게 있을까.


총총이는 엄마에게 건강하세요 라고 썼다. 이 말이 너무나도 간절했던 오늘... 우리의 삶은 사랑하기만도 짧은 시간... 


여보,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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