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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Aug 19. 2023

나는 매일 달리는 사람이다

두 번째 코로나를 앓았다. 2년 전의 1회차보다 앓는 기간은 짧았지만 여전히 강렬했다. 금요일부터 몸에 근육통이 있었는데, 둔감한 나는 감기몸살 정도려나 생각했다. 기침도 조금 나기에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심상치 않다 싶어 오후에 타이레놀 두 알을 먹었다.


집에 와서 일찍 자려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머리가 지끈거려 새벽에 잠에서 깼다. 새벽 3시 30분에 타세놀 두 알을 먹고 다시 누웠다. 체온을 재지 않아 열이 얼마나 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파보니까 아프지 않은 지금이 얼마나 살만한 것인지 알 것 같다.


오늘은 아침 달리기고 뭐고 오전에 종합감기약 두 알을 먹고 종일 누워 있다가 음식물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 배출을 하고 책도 반납할 겸 밖으로 나왔는데 공기가 좋아서 살살 걸었다. 거리에 사람도 없고 몸도 가벼워서 조금만 달려야지 했는데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며 7km를 달려버렸다.


오전까지만 해도 이 몸 상태로는 오늘 달리기는 건너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별로였는데, 이렇게 달릴 수 있게 되어서 기뻤다. 달리기가 뭐라고 기분이 다 나빠지나.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중요한 일이다. 이건 나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일까. 이제 소위 중간항로(The Middle Passage)로 접어드는 인생의 단계에 오고 보니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 게 너무도 중요한 일처럼 느껴진다. 아직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면 그것도 허무한 일이고, 끝내 알아낸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정적인 자아상 뿐이라면 그것은 비참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일까. 나는 곧 내가 습관적으로 행하는 모든 것들의 합이다. 내가 주로 하는 행동이 곧 나 자신이다. 습관들이 모여 정체성을 형성하고 다시 정체성이 습관들에 영향을 준다. 이게 반복된다.


매일 아침 달리기는 어쩌면 몸 건강 보다는 마음 건강과 정신 건강에 더욱 이로운 습관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자아상을 부여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대단히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오늘도 달렸다는 사실이 나의 자존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매일 달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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